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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시설공단 면접 후기- 2부 실무진 면접
 
  • 실무진 면접
내가 선택한 면접의 주제는 '직장 내 성희롱 방지 방안'이었다.  주제의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주제는 직장 내 성희롱이었다.  다른 주제로는 비용과 관련된 문제해결 주제가 있었는데 나는 일반 행정직으로 지원을 하였으므로 조직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해당 주제를 선정하였다. 
 
면접에는 여자 면접관 2명과 남자 면접관 1명이 있었다. 남자 면접관이 중앙에 있었고 양쪽으로 여자 면접관이 있었다. 주된 질문과 면접 진행은 남자 면접관이 맡았고 질문은 남자 면접관과 여자 면접관1이 던졌다. 나머지 한 명인 여자 면접관2는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고, 자소서의 내용과 질문지만 번갈아 보고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내심 압박 면접의 한 방법인가 싶었지만 압박이 되기보다는 다소 의아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마치 면접관이 될 것을 모르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야 부랴부랴 면접관인 것을 전달받아 의욕이 없는 듯한 사람처럼 보였다. 
 
남자 면접관이 질문을 시작하였고, 어찌하면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 내가 대답한 요지는 크게 아래와 같았다.
 
(1) 직장 내 성희롱은 사후조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성희롱에 대한 경각심이나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반드시 예방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2) 조직이 성희롱에 대한 전사적인 액션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러한 점이 성희롱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조직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성희롱 문제가 발생 이후에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이는 조직이 해당 문제를 구설수나 개인 간의 갈등, 프라이버시로만 여기는 관성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2차 가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성희롱을 조직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은 성희롱 시도에 대한 억제제로 작용할 것이고, 실제 피해자에게는 신고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조직의 처리를 신뢰를 줄 수 있다. 
 
(3) 조직이 명확히 성희롱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발휘하지 않으면 사후 가해자에 대한 처벌 또한 미비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에는 조직 내부논리(문제를 무마하려 하거나)나 정치적 고려(가해자가 조직 내 중요한 인물일 경우 이를 참작 사유로 삼거나)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중심의 사후 처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희롱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조직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근무지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하는 신속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대답에 대해서 남자 면접관의 질문은 다소 힘이 빠지는 내용이었다. "그런 것으로 조직 내 성희롱이 과연 근절될까요?" 이것이 그의 질문이었다. 내 답변에 대한 보충설명을 요구하거나,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거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반론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그냥 막연하게 부족하다는 식의 질문 아닌 질문이었다. (이제 와 실제로 다른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배운 것을 반추할 때, 상사의 막연한 업무지시와 근거 없는 의사결정/피드백이 조직 내부에 끼치는 악영향을 생각해본다면 이 면접관의 질문은 정말 아찔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리더가 없는 곳으로 취업한 것이 다행이자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막연한 추가 질문에 0.5초 정도 좌절했지만, 좌절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는 이러한 조직 행동이 성희롱을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적어도 피해자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며, 다른 근무자들도 성희롱에 대한 조직의 대응을 보면서 조직과 동료에 대한 신뢰를 갖고 근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후에 여자 면접관1이 자소서를 보며 질문을 몇 개 했는데 기억에 남는 질문은 아니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따스한 웃음으로 나를 대했다.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했다. 다만 그녀의 질문도 뭔가 콕 짚어 물어보는 방식이 아닌 포괄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이었고, 나 역시 당위적인 대답을 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이어서 남자 면접관은 실제로 근무하고 싶은 팀이 있냐고 물었고, 일반 행정으로 지원한 만큼 다양한 부서에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 팀을 꼽으라면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답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철도 이용자들은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이유를 말했다. 
 
실제로 면접을 준비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 홈페이지나, 공단에서 운영하는 SNS를 방문해봤지만, 실제 철도 이용자가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은 없었다. 주로 사업 입찰에 대한 공지가 전부였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여 사업내용을 알리고, 철도 이용의 편익과 중요성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를 해봐야 전사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홍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여자 면접관2는 면접이 3분의 2 정도 진행되자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대부분 남자 면접관과 여자 면접관1의 질문에 추가 질문을 덧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냥 의뭉스럽고, 시큰둥한 표정만 기억에 남는다. 그녀가 다른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보고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아 마지 못해 몇 마디 걸어본 것일까. 혹은 그녀는 정말, 이 면접장에 있는 것 자체가 싫은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자 면접관이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더 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것과 지원자가 생각한 성희롱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먼저 직장 내 성희롱은 모르는 사람이나 동등한 지위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의 면식자들 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주로 가해자가 직급상 상위자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조직 내부에서 이를 고발하는 점이 어렵다는 점을 말했다. 이 때문에 먼저 대답했던 조직의 역할과 태도가 중요하다고 다시 말했다. 
 
사실 직장 내 성희롱이 보이는 양상은 군대 내 부조리나 폭력과 비슷한 양상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실제 각 조직 내에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면접에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조언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고, 나 또한 갑작스럽게 군대라는 특정 조직에 회사를 빗대는 것이 편향된 논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언급하지는 않았다.  성희롱의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없이 행해지는 성적인 행동과 말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동성 간에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도 답하였다. 
 
이 대답을 끝으로 실무진 면접은 끝이 났다. 생각보다 무난했지만 그만큼 포괄적이고 모호한 질문들이라 답변에서도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걱정이 앞섰다. 면접실에 들어갈 때도 인사를 하고 들어가고, 열 걸음 넘게 걸어가 자리에 앉을 때도 인사를 했다. 면접이 끝나서도 앉은 상태에서 인사를 하고, 일어서서 다시 인사를 했다. 나가면서 문 앞에서도 뒤돌아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다. 복도로 나오자 면접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들을 따라 임원 면접실 앞으로 걸었다. 
 
실무진 면접관 입구에서 면접관 앞까지는 동선이 길었다(면접관과의 거리는 가까웠다). 상위자에게까지 도달하는 동선이 길다면, 특히 그것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한 공간 안에서 길다면, 이는 권위적이고 계층이 선명한 조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공간구조라고 한다. 지금 면접을 회상하며 그 어색했던 공기와 불필요하게 컸던 황량한 면접실을 그려보면, 그것이 그 조직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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