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상
분량은 길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나라면 이렇게 하진 않겠지만'이라는 생각과 '이런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상충되는 생각이 동시에 솟구쳤다. 작가 김영하는 "문학은 어쩌면 사람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 읽는 것일지 모른다."라고 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며 그 문장을 많이 생각했다.
○ 책 속에서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마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물론 그녀는 스탕달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고 여겼다. 그것은 그저 하는 말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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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시몽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뭐라고 대답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마도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리라. 자신이 그 연주회에 가려는 것인지 아닌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전화를 받은 시몽의 말, 시몽의 목소리에 따라 달라지리라.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고 자신의 그런 망설임을 기분 좋게 음미했다.
(...)
"내가 만나러 가는 것은 시몽이 아니라 음악이야. 오늘 오후에 가 봐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면 어쩌면 매주 일요일마다 갈지도 모르지. 그건 혼자 사는 여자에게 좋은 소일거리야." 그녀는 중얼거렸다.
- 그는 그 구절로 인해 자신이 지나친 기대를 품었다는 사실보다, 그 구절을 읽고 어리석게도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확신에 찼었다는 사실이 더 유감스러웠다. 그는 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 사실을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조정 선수로부터 시선을 돌려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 시몽의 재킷 냄새와 목의 체취를 맡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온 그를 보고 그녀는 해방감과 흡사한, 예기치 않은 안도감이 들었다.
"저는 정말이지 당신 없이는 못 살겠어요. 그동안 저는 공허 속에서 왔다 갔다 했을 뿐이에요. 권태를 느낄 수조차 없었어요. 저 자신을 박탈당해 버렸어요. 당신은요?"
- '이건 정말 좀 심하군.' 그는 자신의 말에 스스로도 놀라며 생각했다. '여자가 쓰는 말을 문제 삼기 시작하는 건 끝이 가까워졌다는 얘긴데.'
-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 난 당신도 나와 함께여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 "그 할망구들이 우리 뒤에서 하는 말, 나도 들었어. 그 말에 당신이 영향을 받는 걸 난 참을 수 없어. 그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건 어리석고 나를 상처 입히는 일이야."
"하지만, 시몽. 별거 아닌 걸로 문제 삼는 것 같은데"
"난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당신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게 하려는 거야. 당신은 당연히 내게 그런 일을 감추고 싶겠지. 하지만 내게 그런 걸 감출 필요가 없어. 나는 어린 애가 아냐."
- 시몽은 때때로 자신이 힘들고 무용하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흐르는 시간이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없애야 하는 것은 로제와의 추억이 아니라 폴 안에 있는 로제라는 그 무엇, 그녀가 집요하게 매달려 있는, 뽑아 버릴 수 없는 고통스러운 뿌리 같은 그것이었다. 이따금 그는,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이유, 줄곧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가 고통을 감수하는 그 한결같은 태도 때문이 아닐까 자문했다.
-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마침내 그녀는 나이 차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게 되었다. "십 년 뒤에도 그가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하지 않았다. 십년 뒤에 그녀는 혼자가 되거나 로제와 함께 지내게 되리라. 그녀 안에 있는 무엇인가가 집요하게 그 사실을 스스로에게 거듭 속삭이고 있었다. 스스로도 속수무책인 그런 이중성을 떠올릴 때면 시몽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배가 되었다. "나의 희생양, 나의 사랑스러운 희생양, 나의 귀여운 시몽!" 생전 처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불가피하게 상처 입히지 않을 수 없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데에서 오는 끔찍한 쾌감을 경험했다.
이 '불가피함'에는 응분의 결과가 따르리라. "어째서 당신은 나보다 로제를 더 좋아하는 거지? 그 무심한 사내의 무엇이 내가 당신에게 매일 바치는 이 열렬한 사랑보다 낫다는 거지" 같은, 언젠가 시몽이 그녀에게 던질 딜문들, 고통당하는 입장에서 응당 제기할 만한 질문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로제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녀는 지레 겁에 질렸다. 그녀는 로제를 가리켜 '그'가 아니라 '우리'라고 말하게 되리라. 왜냐하면 그녀로서는 그들 두 사람의 삶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 실제로 사강은 노년을 두고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해지는 때, 머릿속에서 분방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아침 추위로 이가 딱딱 부딪치는 때. 지금 유일하게 안타까운 것은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뿐."이라고 했고, 프루스트에 대해서는 "그가 지상에 다녀간 이후에는 어떤 것들을 단순히 다시 한다는 게 불가능해져 버렸다. 그는 우리 재능의 한계를 그어 준다."라고 하면서, "예술의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문학이 삶과 밀착되어 있다고 믿게 하지만, 진실은 그 정반대이다. 삶이 무정형적이라면, 문학은 형식적으로 잘 짜여있다."라고 짚고 있다.
- 대개의 프랑스 사람들이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제목은 "모차르트를 좋아하세요"와는 다른 울림을 갖는다.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다. 실제로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 인간의 보편적 심리층의 단면도를 제시함으로써, 기질과 숙명의 그래프를 그려 냄으로써 프랑수아즈 사강은 저 라신의 반열에 오른다. 프루스트가 그어 준 자신의 한계 그 끝에 도달한다. 페스트균처럼 뻔한 결말로 독자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멜로 드라마에 머무는 대신, 갑자기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는 각성의 '엔딩'을 선사하고 문학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강을 다시 읽는다.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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