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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말하기 낯간지럽지만 청춘이었다. 푸른 봄, 잎사귀가 돋아나고 꽃망울이 터지고 땅도 공기도 생명력으로 가득차는 시기.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타이밍에 없어질 줄은 몰랐다.
좋다는 게 무엇이었는지, 만족이라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내용이 전부 바뀌어버린 사전을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니,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백지였다. 나는 단어의 정의를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궁극의 수첩은 무엇일까. 몰스킨은 너무 딱딱해서 나에게 성실을 강요할 것만 같다. 브랜드는 둘째치고 어떤 구성을 고를지도 문제다. 먼슬리 페이지는 칸이 작아서 어떻게 써야할까 항상 난감하고, 위클리 중심이면 수첩을 쓰지 않는 시기에 버리게 되는 페이지가 많을 것 같고, 데일리를 가득 채울만큼 매일매일 할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지인 수첩도 부담스럽다. 빽빽하게 줄이 쳐져 있는 것도 갑갑하다. 표지가 너무 개성 넘쳐도 볼 때마다 심란해진다. 강렬한 이미지나 메시지는 전부 피하고 싶다. 아, 적당함이란 얼마나 충족시키기 어려운 가치인가. 적당함은 분명 뛰어남을 의미하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외투가 없다면 아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외투를 두 벌 샀다고 두 벌분의 행복이 느껴지지느 않는다. 자본주의의 셈법이 이상하다는 증거다.
여기에 적은 시간은 오퍼센트나 될까. 구십오 퍼센트의 시간은 한국와 마차가지로 답이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천장만바라보고 있다. 이 상태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방법은 찾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그런 것도 전부 적어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걸까. 선택받지 못하는 시간들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시간들에 대해, 그나저나 그 시간들은 정말 필요없는 것일까. 모르겠다.
나에게 그 질문을 했던 사람들보다도 훨씬 많은 나이가 되어 드는 생각은, 일종의 보호막이 생겨서 재미없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으면 환한 빛도 들어오지만 큰 먼지도 들어온다. 그렇구나, 눈은 시리기도 하구나, 흉한것도 있구나, 빛은 가끔 무섭구나, 항상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차차 실눈을 뜨게된다. 좋아하는 것을 오래 보기 위해선 실눈을 떠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새로운 환한 빛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어지간하 두꺼운 안구를 타고나지 않은 이상.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대륙에 도책해버렸다. '야 뭐 재미있는 거 없냐'의 세계. 운이 좋다면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다다르게 된다. 이 회색 대륙에
익숙하고 생경한 풍경이 주는 위안. 모르는 사람 집 빨랫줄에 걸린 수건, 들어가까 맑까 고민하게 되는 작은 카페, 음식 냄새 버스 정류장의 벤치, 내것이 아닌 따스함에서 느낄 수 있는 사치스러운 애잔함. 그래,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몰라도. 몰라도 된다 싶기도 하고.
사람들은 일단 밖으 로나가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입니다. 어떤 마음 상태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용기를 내어 밖에 나갔을때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프로필에 좋아하는 것을 적어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나도 예전에 그랬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나열하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부질없다고 느낀다. 어차피 변할 것을. 차라리 내 침대 커버의 색을 써두는 것이 진실에 가까우리리라.
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잔인하다. 그것은 네 책임이라는 뜻이다. 가능성은 있었는데 네가 모자라서 안 된 것이라고.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느 ㄴ것.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자라면서 가장난감하 것은 아마도 절대 스스로르 ㄹ좋아할 수 없다는 부분일 것이다. 자기가 가장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피ㅡㄹ 가지고 태어나, 오랜 시간 같이 사았기에 비슷할 수밖에 없느 ㄴ부분들. 그것을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해야 하는데 말그대로 참 피곤한 일이다 .나의 이십대느 ㄴ부모에게 받은 것과, 그로 인해 굽어버리 ㄴ것들을 떨치고 교정하려고 노력하느 ㄴ십년이었다.
나는 기원한다. 스스로를 부정하느 ㄴ것, 스스로의 아픔에 오히려 허용하고 ㅣㅆ던 어리광, 이해받고 싶어서 오히려 세우고 있느 ㄴ가시, 그런 것들을 조금씩 털어내고 걸어갈 수 이썼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그러 ㄴ과정에서 부디, 있느 늑대로 당신을 바라봐주고, 가끄 ㅁ당신이 항상 빠지는 구멍에 또 빠져서 허우적댈 때,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구원은 잇으니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 형은 좀 모소딘 한국남자였고 일본인 여자친구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가 우리에게 한국말로 얘기하느 ㄴ속내는 듣는 내가 기분이나빠지 ㄹ정도였고 그걸 모르는 그의 여자치눅가 측은했다. 그래서 내가 택하 것은 잠. 그의 여자친구느 ㄴ그러 ㄴ나르 ㄹ보고 이렇게 얘기 했었다. 지은 짱은 아기 같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타베네 네테, 타베네 네테. 그 말투가 귀여워서 또 그만큼 미안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며칠 쉬면 나을까 싶어, ㅣㅂ에 틀어 박혀보았더니 육 일간의 공백만 생겼다. 논 것도 아니고 안 논 것도 아니다. 역시 나는 할말도 없고 재능도 없는데 끈기도 없고 아주 개똥 같으 ㄴ인간이구나 하고 자학하던 차, 은희경 산문지 ㅂ<생각으 ㅣ일요일들>에서 좋은 핑계를 발견했다. 세 시간이 비며 ㄴ영화를 보고 삼이이 비며 ㄴ짐을 싼다는 말ㅇ ㅔ감타.
숨소리르 른끼면서 잡생각을 흘려보내라고 (스님이 말)했다. 나는 잡념으로 이루어졌고 그걸로 곡도 써서 먹고 사는데 그걸 왜 엇ㅂ애나, 잡념은 나으 힘인데, 하고 생각해왔지만지작ㅇ ㅔ떨쳐버려도 될 생각들, 미움, 질투, 집착 같은 것과 오래 생각해보 것들은 다른 카테고리여싸. 잡년도 다 같은 잡년이 아니었다.
나는 몹시 당황했다. 내 표정을 읽고 스님은 차분히 말씀을 이어나갔다. 사람이 행복에 이르는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전부 충족되어야 하지요. 하지만 요즘의 우리는 한가지 밖에 배우지 않아요. 꿈을 이루느 ㄴ것으 ㄴ물론 아주 멋진 일이지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스스로를 돌볼 줄 알아아야 해요. 체조와 청소 같은 것으 ㄴ다누한 행동으로 삼을 정동하고 또 조용하게 만드느 ㄴ것입니다. 그런 에너지를 동반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의 서문으 ㄹ읽고 나는 녹다운이 되었다. 이 책의 1부에서 전하고 싶었더 ㄴ마의 거의 전부가 단 ㅕㅊ페이지에 적혀있엇다. 그것도 서문에! 청춘이 끝나고 마흔이라는 나이를 앞에 두고 느끼는 복잡한 마음, 그래ㅓ 외국에 나갈 수 밖에 없었더 ㄴ것, 긜고 그것을 어디선가 울린 먼 북소리라고 표현한 것, 간단치 ㅏㄴㅎ은 이야기를 간단하게, 그리고 명료하고 솔짖ㄱ하고 깊고 서득력있게 척척척, 잘도 적어두었더라. (...) 본문은 위로의 연속이었다. 과거의 나를 허락받은 기분이었고, 현재의 나를 위로받으 ㄴ기분이었고, 미래의 내가 겪을 막막함을 미리 건네 받으 기분이었다.
하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하여. 리스트가 늘어만 간다. 예를 들어, 남을 취하게 할 수 있느 ㄴ것으 ㄹ만들되 자신이 취하면 안 된다. 군더더기가 없어야 하지만 재미있어야 한다. 솔직해야 하지마 민폐이면 안 된다. 슬픔ㅇ르 바라봐야 하지만자기 연민이 섞이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해야 하지만 기존의 거솓 지켜야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살되 거리를 잘 지켜야 한다. 한때 가득차 있던 '해야 하느 ㄴ것들' 리스트에는 이제 내일 병원 가기. 우우 사놓기. 마감. 이러 ㄴ것밖에 없다 .
꿈에 대하여. 내가 꾸더 ㄴ꿈과 내가 하는 일은 관객석에서 바라보느 ㄴ무대와 무대에서 바라보는 관객석처ㅓㅁ 풍경이 다르다고 .공연장이라는 같으 ㄴ공간에 이씨만 백파십도다른 곳을 보고 있다. 마치 꿈을 이루는 일은 어쩌면 꿈을 계 속 만들어내야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일은 점점난처해진다. 관심을 끄기도 그렇고, 챙기기도 그렇다. 잔치를 열 정도로 즐거운 일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무도 모르고 넘어가면 섭섭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웃기다. 그래서 나느 ㄴ혼자 강원도에서 생일을 보내기로 했다. 축하해주 사람이 없느 ㄴ곳에 가면 축하해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할 이우도 없지 않은가.
여전한것들
여전히 샤워를 하러 가기전에 밍기적 거리다가 따스하 ㄴ물줄기를 맞고 이좋은 걸 왜 이제야, 하고 생각한다. 아이스라테를 시켜놓고 역시 따뜻하 ㄴ거 ㄹ시킬 것으 ㄹ그랬어, 하고 후회한다. 빵집에서 빵을 세개 고르고 한개 반 베어먹을 즈음 그냥 두개만 살걸, 하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말했다는 사실을 꺠닫고 못나 자신을 부끄러워 한다. 이불바깥이 무섭게 느껴진다. 여전히 많은 시간 멍하니 천장을본다. 그런 중, 여전하지 않으 ㄴ거솓 있는데 힘든일이 있으면 도망칠 궁리르 ㄹ한다느 ㄴ거스 ,그리고 길모퉁이마ㅏ 스픈 일이어도 일일이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느 ㄴ것. 그리고 이제느 ㄴ크고 쓸모 있느 ㄴ것들도 오래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느 ㄴ것. 이년 동아 ㄴ낭게 변화가 있었다면 이 정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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