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속에서
1부 멀티플렉스 부산
인천과 원산, 타이완의 가오슝, 만주의 다롄 등과 같은 항만도시들처럼 식민 지배를 위해 새로 조성된 도시였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인 전관거류지의 모태가 된 옛 초량왜관의 조영방식은 식민도시 부산이 어떤 공간 개념으로 구축되었는지 말해 준다.
초량 왜관은 용두산을 사이에 두고 동관과 서관으로 구성되었다. 동관에는 왜관 우두머리 관수와 무역 업무를 담당한 장기 체류자들이 거주했고, 서관은 주로 객관으로 사용되었다. 흥미롭게도 초량왜관의 지형은 당시 일본의 성곽도시 에도를 연상시킨다. <도쿄 이야기>의 저자 사이텐스티커는 17세기 에도가 궁성을 중심으로 서쪽 야마노테와 동쪽의 시타마치 지역이 각각 반원을 이루며 이원화된 원형 구조였다고 설명한다. 야마노테는 주로 무사 계들들이 거주했고, 시타마치는 상인이나 직인이 사는 번잡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동서로 구획된 초량왜관의 기본 공간 배치가 이와 아주 흡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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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월드 디자인 플라자 계획은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비효율적인 중복 투자로 서울시장의 정치적 포석을 위한 공덕비 행정의 표본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현상설계의 기본 방향 중 가장 강조된 이 건물의 역할과 기능은 "최신 디자인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기능을 위해 엄청난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들어진 최첨단 '코리아 디자인센터'가 이미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세워져 있지 않은가.
원래 1970년에 설립되어 동대문 부근 연건동에 멀쩡히 잘 있던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세계산업디자인대회 개최와 디자인 선진국 진입을 위한 디자인 플라자 종합시설로 확장한다는 명분으로 2001년 '코리아 디자인센터'를 지어 분당으로 이전했다. (...)
일찍이 건축이론가 노르베르크 슐츠는 공간과 장소를 구분하면서 특정한 인간 삶이 발생하는 공간이자 뚜렷한 성격을 지닌 공간을 장소로 규정했다. 그는 실존적 삶이 구체적 현실을 이루는 장소의 의미 때문에 고대 이래로 땅의 수호신 혹은 장소의 영혼이란 것이 존재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축이 바로 이 장소의 영혼을 시각화하는 일이고, 건축가의 의무는 의미 있는 장소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세심한 고려 없이 도시를 마구 개발했을 때의 위험은 장소의 영혼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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