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상
도시 건축이라는 큐브를 요리조리 돌려 삶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퍼즐을 짜맞추어 종국에는 공간으로 삶을 조명하는 책.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하다. (2019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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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5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데 있어 도시와 건축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텍스트'가 된다.
(...)
도시와 건축 '읽기'는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적 관계망과 문화적 맥락을 들추어내는 일이다.
6
(이 책의) 서울의 지평은 도시와 건축이 사회학과 충돌하는 경계, 혹은 공간과 장소가 문화론과 만나는 접점에 놓여 있다.
21
(여의도의 고층 사무소 건물들은) 서로를 완강하게 배제하는 것이 자신의 건축적 가치를 온전히 확보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잇는 듯하다.
26
미국의 도시계획학자인 케빈 린치는 저서 <도시의 이미지>에서 길을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간에 명확한 경계를 이루려는 속성을 지닌 외적 경계이며, 이들 상호 간의 소통을 위한 매개체적 전달 요소"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도시의 가로는 린치의 개념보다는 차라리 직선에 대한 수학적 정의에 가깝다.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의 선분'. 길은 가능한 한 곧아야 하며, 빠르고 명쾌하게 차량과 보행자를 '처리'해야 한다. 자본가에게 가장 이상적인 도시는 '상품'과 '소비자(혹은 노동자'를 신속하게 이동, 결합시킴으로써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를 지닌 곳이다.
이런 도시에서 길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유통의 체계로서만 기능한다. 철저히 수단화된 대도시의 길은 배회와 머무름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른바 주정차 금지인 것이다. 사람까지도.
30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도시를 그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주말이나마 차 없는 길을 만든 인사동과 보행자 중심의 가로를 조성한 덕수궁길의 사례는 갈증 끝의 샘물처럼 반갑다. 1997년, 덕수궁길이 다듬어졌다. 대한문에서 경향신문사에 이르는 길을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만들었다. 도심 내에서 수목과 더불어 거닐 수 있는 녹도의 개념을 도입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례다. 차로를 곡선형으로 설계하고, 과속방지 턱, 미니로터리, 좁은 차로(3.5m), 그림이 있는 바닥 타일, 볼라드(차량진입방지용 원기둥형 구조물) 등으로 차량 소통보다 보행자의 보행권을 우선 배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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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1991년, 공개공지 등의 확보에 관한 건축법 개정안을 내 놓았다. 공개공지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은 여전히 건축주 개인에게 있지만 시민의 이용을 위하여 공공적으로 제공된 땅을 말한다. 일정 용도, 규모 이상인 경우 건축주는 의무적으로 공개공지를 설치하여야 하며, 규정상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건축주가 자신의 대지에 작은 공원 등을 만들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면 해당건축물의 건폐율, 용적률, 높이 제한의 완화를 통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공공과 건축주의 타협적 윈윈 전략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 수많은 고층 건물이 세워졌지만 시민들이 쉴 만한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나마 공개공지가 조성된 경우에도, 백화점 등 일부 건물에서는 이 공간을 가두판매 같은 상업적인 용도로 전용하기도 하고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경우까지 볼 수 있다. '거인'들이 갖는 땅에 대한 집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81
1960년대 이후 성장의 대가로 서울은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특히 자연 환경이 입은 상처는 심각한 것이었다. 양적 개발이 최우선이던 시절 한강을 비롯한 하천 주변은, 서울의 시유지인 데다 장애가 되는 건축물이 없던 탓에, 도시 성장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서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하천 주변에는 어김없이 차량 전용 순환도로가 건설되었고, 교통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보행자의 접근은 차단되었다. 수변의 풍경은 도로가 점령하였다. 몇 개의 하천들은 복개되어 물길조차 찾을 수 없거나 악취로 가까이 가기도 힘든 기피지역이 되었다.
82
물을 따라 이어지는 수변 가로는 도시의 피로를 씻는 낭만적인 산책로가 된다. (...) 걷고 싶은 수변 공간의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 텍사스주 산안토니오시의 파세 델 리오 수변 가로를 들 수 있다. 도시를 지나가는 안토니오강의 물줄기를 도심 쪽으로 끌어들여 말굽 모양의 도시 수변 산책로를 조성하였다. (...) 주변의 역사 사적지와 수변 가로를 연계함으로써 도시 하천을 도시 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중심으로 재생시켰다.
104
자동차의 통행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박함은 덕수궁 대한문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대한문을 통과하는 도로는 완만한 경사로다. 원래 궁궐은 그 문 앞에 단을 두는 것이 정례다. 하지만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이곳을 궁궐로 삼자 일인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위세가 등등하던 그들에게 계단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자동차로 곧장 왕의 면전까지 들어가기 위해 대한문 앞의 계단을 엎애고 도로를 깔았다. 그 바람에 이전까지 문 앞 계단 측면에 위엄을 갖추어서 있던 서수(瑞獸)가 지금은 길바닥에 배를 깔고 엎어져 있다. 무참하게 파묻힌 조선의 역사다.
116
한 장소에 부여된 특정의 기능과 의미가 시대를 관통하여 지속될 때 이를 그 장소의 역사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경우 문화재로 지정된 유형의 건축물만이 아니라 그 터가 갖는 자소의 특수한 성격과 역사도 중요한 가치를 부여 받는다.
126
이와 같이 학교의 이전으로 남은 토지를 "학교 이적지"라고 하는데, 당시 서울 도심 곳곳에 생겨난 학교 이적지들은 모두 수천 평에 이르는 규모로, 도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넓은 필지였다.
1979년 서울시는 학교 이적지에 대한 활용 계획을 만들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 이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서울시가 학교 이적지를 매수하여 공원, 녹지, 주차장, 도서관 등 공공용지로 활용하기로 하고, 예산 사정 등 부득이한 경우에는 이적지 매수자에게 도시계획상의 용도지역에 맞는 건물을 짓도록 하되, 건폐율은 33%로 제한하고, 수도권 규제에 따라 층수와 용적률을 규제하며, 잔여대지는 공원 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순진한' 구상은 현실화될 수 없었다. 학교 이적지를 매입한 대기업들이 이 금싸라기 땅을 이렇게 놔둘 리 만무하였다. 결국 민원과 고충 해소의 수순을 밟아 정부는 1984년 도심 지역의 고도규제가 지역별로 달라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용적률을 상업지역과 동일한 600%로 하되 학교 이적지별로 개별적인 세부건축계획에 따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버렸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대부분의 이적지에 대기업 사옥이 앞 다투어 들어섰다. 계동의 휘문고 이적지에는 현대사옥이, 수송동의 중동고 자리에는 한국일보와 연합통신이, 숙명여고 터에는 대한재보험 사옥이 생겼다. 기부채납으로 원서공원과 배재공원을 남긴 휘문고와 배재고등학교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대문 덕수상고 자리에는 거평 프레야와 두산타워가 자리하면서 학교토는 대규모 상업자본에 점령당했다.
그 외 - 서울고 : 경희궁터와 서울역사문화박물관 / 경기고 : 정독도서관 / 서울구치소(의왕 이전)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서울고 부지는 현대 그룹에서 사옥을 지으려다가 시민의 반대에 무산되었고, 서울구치소 부지 역시 아파트 부지로 매각될 위험에 처했으나 시민의 반대로 무산.
* 오비맥주 이적지는 영등포 공원으로, 빠이롯트 공장 부지는 천호동 공원으로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도심에 공공의 장소를 회복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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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구조의 변화에 따라 각종 시설들의 이전은 필연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심에 존재하는 대규모 토지의 활용이 단지 경제적 가치만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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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건립된 국립극장의 경우 남산공원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족 예술의 창조적 발전이라는 설립 목적을 내세워, '민족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던 자유센터와 함께 민족문화센터를 남산에 세움으로써 박정희 정권은 반공과 수구적 전통을 지배 이데올리기의 양축으로 삼을 것을 천명한 것이다. 취약한 정권의 정당성을 역사적 전통으로 모면해 보려는 '문화 작전'이었다. 이 건물은 전면의 열주, 주두 장식, 주춧돌, 난간 등에서 전통을 환기시키고 있다. 당시 한창이던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집과 마을길이 송두리째 갈아엎어지고 기층 민중의 전통적 공동체가 와해되어 가던 와중에서 전통의 계승은 이러한 역설을 낳으면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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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현대미술관이 차용한 이미지가 성곽(수원성과 그 봉수대 - 건축가 김태수의 말)이라면 공공의 미술관으로서 지녀야 할 개방성과는 분명 대치되는 것이다. 입지에 있어서도 승용차를 이용하여 어렵게 찾아가야 하는, 더욱이 주말이면 인근 놀이공원을 찾는 인파로 급기야 접근이 거의 불가능해지고야 마는 청계산의 중턱에 놓여 있다. 도시 내 문화 기반기설이 빈약한 상황에서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공공 전시시설인 국립현대미술관은 대중의 자유로운 접근과 관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지와 형태의 구성이 폐쇄적, 제한적이다. 이것은 문화 기반시설의 입안자들이 시민의 시점이 아니라 소수 문화 귀족의 시각을 따랐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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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안에서의 이동을 지하철에 의존하는 경우 각각의 거리, 도시의 영역들은 지하철 역과의 관련성으로만 인식된다. '방배역 3번 출구로 나와 직진 150미터'라는 식이다. 이것이 개별 영역의 위치 확정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에 우리는 갈수록 이러한 정보전달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제 각 영역 간의 물리적 연결과 도시 속에서의 상대적 위치 파악에는 무지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하철을 중심으로 편제된 도시에서 우리는 점점 더 도시의 공간적 전모를 평가하기 힘들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
지금까지 지하철이 더 많은 승객을 더 빠르게 이동시키려는 물량과 속도의 개념에 집중하였다, 앞으로 지하철에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통과 경로가 아니라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또 다른 생활문화공간의 구실이다.
184
도시에서 언제나 중심은 속도가 아니라 인간이다.
251
건설자본이 투기적 수익을 노리는 대규모 아파트를 개발하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바꾸어 나가도록 체계적으로 보조를 했어야 한다.(난곡 달동네)
267
도시의 발전에서 방관이 언제나 미덕일 수는 없다. 그러나 건축가와 도시계회가가 도시의 성장에 개입할 때, 그것은 무차별적인 자본의 개발 욕구로부터 도심의 공지와 숨터, 보행자의 길목들을 보호해 내는 개입이어야 한다. 우리의 가위질이 더욱 겸손하고 조심스러우며 사람들의 잔잔한 삶에 사려 깊은 애정을 가진 것이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다가올 미래에 대하여 언제나 서툰 정원사이기에.
279
프랑스의 레알 시장 재개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본래 그곳에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시장 건물이 있었으나 현대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도심 혼잡이 야기되자 낡은 시장을 이전하고 그 부지에 초고층 국제무역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안이 수립되었다. 그러나 고밀도 개발의 폐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수년간의 논의 끝에 결국 지상을 공원화하여 공공에 개방하고 지하에 4층 규모의 상가를 두는 형식의 개발을 선택하였다.
(...)
도시구조를 변모시킬 중대한 계획은 그 수립과 추진 주체의 구성에서부터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민관합동기구(public & private partnership)를 설립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국의 의사결정기구 케이브(CABE) -> 런던 브리지타워 프로젝트 :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를 통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케이브의 엄정한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결국 초기 계획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공을 위한 각종 시설과 녹지공간이 확보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개발자가 개발 이득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공공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시스템인 것이다.
289
도시에 보험 들기 :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
우리는 우리 곁에 실재하는 소외와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함으로써 옹색한 평화를 누리고 있지는 않은가.
313
영국의 주택계획 기준
일조 및 채광
일조와 채광에 관한 영국의 제도는 민사에 속하는 관습법적 규정과 공법적 규정으로 구분되어 존재한다. 관습벙상의 규정에서 영국은 일찍이 1832년부터 일조, 채광을 누릴 권리를 성문화하였으며, 이러한 일조, 채광권은 대지를 점유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로 규정되어, 그 매매까지 인정되는 사권私權이다. 따라서 개발 및 건축행위를 하려는 사람은 인접 대지에 일조, 채광권의 침해가 발생하는지를 파악하여 개발 초기에 그 권리를 구입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배치와 형태(후략)
316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for ever, for everyone)
프랑스 에코 뮤지엄운동(역사,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지역을 통째로 보존) : 거창한 유물이 아니라 작은 지역에서 누리는 잔잔한 삶에 주목하여 지역마다 고유한 산업유산, 자연유산, 문화유산 등을 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유형의 야외 박물관 운동.
한국 쌈지공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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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洞契가 없다면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시민의 광범위한 참여가 우리의 자연과 도시환경을 지키는 힘이다. 참여가 일상이 될 때, 이 땅은 살고 싶은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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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문학)
○ 감상 분량은 길지 않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나라면 이렇게 하진 않겠지만'이라는 생각과 '이런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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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먼 북소리(무라카미 하루키)
○ 책 속에서 -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 한채(터키의 옛 노래) - (...) 그것도 내가 외국으로 나가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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