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상
2020년 2월에 출간된 김영하의 신작. 그의 7년만의 장편소설이자 밀리의 서재에서 만든 3번째 종이책이라 나름 화제가 되었다. 출간 당시 우연히 들렸던 독립서점에서 "이건 시중에 안팔아요."라는 영업멘트를 듣고 바로 구매했다.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한 SF소설이다. 인간과 거의 같은 존재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가 자신이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임을 알게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200페이지 남짓한 짧은 소설이지만 내용은 흥미롭다. 쉽게 읽히고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 좀 더 길게 써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흔히들 외적인 형태보다는 그 사람의 내면의 모습이 관계에 더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의 뇌를 클라우드에 저장해두고, 형태없이 들리는 소리로 서로 대화를 한다면, 그런 방식이 형태가 있던 때와 동일한, 혹은 유사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던져준다. 이 대목에선 영화 그녀(HER)가 생각났다.
휴머노이드가 공격을 받아 깨져버리자 친구들이 그의 잔해(?)를 가져가 복원을 시도한다. 이미 깨져버린 구식 몸뚱아리는 버리고 메모리만 온전히 보존할지, 아니면 기존의 몸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복원을 할지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 "예전처럼 다시 널 안고, 만지고, 만나고 싶어."
정신만 클라우드에 남아 촉각, 후각, 미각을 느낄 수 없는 주인공도 혼란스러워 한다. 손을 잡고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모두 잃어버렸는데 그럼에도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그리워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있다한들 예전과 같을까.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된 이야기였습니다.
* 키워드
인류세, 블레이드러너, 그녀, 매트릭스, 이터널 선샤인
2020년 4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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