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1년 한 해 동안 나에게로 온 곡들. 타고난 감정적 게으름 때문에 2022년이 다 지나갈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늦었지만 곡을 만들고 불러준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1. Phum Viphurit - Hello, Anxiety
https://www.youtube.com/watch?v=b7ffmtnuSGM
품 비푸릿 노래는 언제 들어도 봄과 초여름의 경계에 있는 것 같다. 5분이 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이어질 이야기의 인트로처럼 느껴져 계속 듣고 싶게 만든다. 경쾌한 기타 소리가 경쾌하게 마음을 휘젓는다. '너는 괜찮을 거야'가 '우린 괜찮을 거야'로 바뀌는 순간은 딱 알맞은 온도의 위로다. 따뜻한 컵을 뺨에 갖다 대는 순간처럼.
2. 선우정아 - 구애
https://www.youtube.com/watch?v=4FLGSN1RG5A
작년 초, 산골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아직은 봄이 오지 않은 꽤나 쌀쌀한 밤이었고 여행지에서의 잠자리는 언제나처럼 낯설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이 들었는데 잠들기 직전까지 이 노래를 들었다. 처음에는 노래가 베개 같았고, 조금 지나자 이불 같았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는 마침내 포옹 같았는데 그렇게 안기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안아줄 때까지 칭얼대는 아기의 마음이 이런 걸까.
3. 기리보이 - 우리서로사랑하지는말자
https://www.youtube.com/watch?v=CQ7fz_1eu38
이 노래가 2020년에 발매된 곡이란다. 그보다 좀 더 내가 어릴 때 이 노래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사의 마지막을 믿지 않는, 더 정확히 말하면 바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 이상태로", "그대로"
4. Coldplay - Trouble
https://www.youtube.com/watch?v=kcASPx3-HuI
콜드플레이가 내놓은 대부분의 곡을 좋아하지만 이 곡은 좀 더 특이하다. 언제 들어도 처음 이 노래를 듣던 감정으로 돌아간다. 피아노 소리가 마치 시간을 돌리는 주문 같다. 하필이면 가사도 끊임없이 잊고 싶은 순간으로 돌아가는 이의 이야기 같아 노래가 끝나고도 잔상이 남는다.
5. Oliver tree - Life Goes On
https://www.youtube.com/watch?v=8F2s8ivKXNY
일요일 오후에 틀어놓고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은 곡.
6. King Princess - Ohio
https://www.youtube.com/watch?v=lhYhA6eQ9do
좋은 노래는 처음 듣고 나면 '내가 이런 노래를 기다렸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노래다.
7. 이고도 - mouse
https://www.youtube.com/watch?v=9tOWn1VZ2aY
노래가 어떻게 이렇게 예쁠까.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다.
8. Surfaces - Good day
https://www.youtube.com/watch?v=vSHpwCPZfdk
단순하고 강력한 도입부가 청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의 대표적 사례
9. Blxst - Chosen (feat. Ty Dolla $ign & Tyga)
https://www.youtube.com/watch?v=kUhHdASVjGs
저음에 강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세요.
10. Autograf - Hold Me Back (ft. John Splithoff)
https://www.youtube.com/watch?v=p9O1qU3XXoc
도입부가 마치 새로운 세계로 관객을 이끌고 들어가는 영화 같다.
11. Eldon - Pick cheeks
https://www.youtube.com/watch?v=zruRpNg29Xk
노을질 때 이 노래를 들었던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도 처음부터 노을이 떠오르는 노래.
12. Sarah Kang - Summer Is for Falling in Love
https://www.youtube.com/watch?v=CyyZyzbQ45Y
앞으로 매년 여름이 되면 이 노래를 들을 것 같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여름으로 돌아갈 것 같다.
13. Sarah Kang - A Thousand Eyes
https://www.youtube.com/watch?v=hbLDH9qthX0
연달아 한 가수의 노래를 추천하는 것은 무성의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40초가 되면 우린 한 겨울 찬바람을 벗어나 갈망하던 곳에 도착한다.
'Archive > Playl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한 해 동안 나에게로 온 곡들(6월) (1) | 2023.01.23 |
---|---|
2022년 한 해 동안 나에게로 온 곡들(5월) (0) | 2023.01.23 |
2022년 한 해 동안 나에게로 온 곡들(4월) (0) | 2023.01.23 |
2022년 한 해 동안 나에게로 온 곡들(3월) (0) | 2023.01.23 |
[플레이리스트] 2022년 7월에 흠뻑 빠진 노래들 (0) | 2023.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