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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들 92

허송세월(김훈)

○ 후기지난 연말 작가와의 북토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글로 태어나 반가웠다. 나 역시 말로 뱉은 이야기들을 이렇게 실처럼 엮어 다른 이에게 글로 내 보이고 싶다.  김훈 선생님 건강하세요.  ○ 책 속에서 - 와인은 현실을 서서히 지우면서 다가온다. 와인의 취기는 비논리적이고 두루뭉실하다. 이 취기는 마음 속에 몽롱한 미로를 끝없이 펼쳐 놓는데, 그 미로를 따라가면서 마시다 보면 출구를 찾지 못한다. 와인의 맛은 로맨틱하고, 그 취기의 근본은 목가적이다. - 소주는 아귀다툼하고 희노애락하고 생로병사하는 이 아수라의 술이다. 소주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 소망과 좌절을 멀리 밀쳐 내고 또 가까이 끌어당겨서 해소하고 증폭시키면서 모두 두통으로 바꾸어 놓는다. 소주는 생활의 배설구였고 종말처리장이었는데, 나 ..

인디문학1호점 2023 수필집 오! 나의 글스타그램(윤태원)

○ 책 속에서 - 칼을 쥐고 있으면 칼에 상처를 받고, 돈을 쥐고 있으면 돈에 상처를 받고, 사람을 쥐고 있으면 반드시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 마련. - 결국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데, 서른이 넘어서 내는 용기는 용기가 아니라 객기일 뿐이라는 장회장님의 명언 떄문에 나는 겁이 나 오늘도 구명조끼를 챙겨입니다. - 여전히 서울은 모르겠다. 서울에 살던 때에도 나는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서울에 살지 않으니 완전한 이방인이라서 말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낯선 공간에 앉아 있는 건 고역스러워 땀을 비 오듯 흘렸다.  ▷ 서울에 살 때도 이방인이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나 역시 이제 서울에 산 지 오래 되었건만 이곳에선 여전히 이방인이고, 그 시간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도 이방인이 되곤한다..

슈독(필 나이트)

○ 리뷰 - 2024년 6월에 읽기 시작하여 2/3 정도 읽었다가, 결국 7월 말에야 완독 했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고, 남은 한 해 동안에도 그 기록이 깨지지 않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재미있었다. - 2020~2022년 나이키 신발을 여러 켤레 샀는데, 하나 같이 품질이 좋지 않았다. 나이키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질 무렵에 이 책을 읽고 다시 호감이 살아났다. 그래도 다시 구매를 할지는 미지수다. 책에서 필 나이트는 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품질이라고 했는데, 요즘 나이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 모든 문장이 저자의 단어로 가득 차 있다. 실감 난다. 몰입도가 높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의 초반부에 그가 만났던 사람들, 어머니와 아버지, ..

여행준비의 기술(박재영)

○ 리뷰 - 이 책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11월에 나왔다. 여행이 금지된 시점에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준비하며 쓴 책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갈망하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 관점에서 아주 시의적절한 책이다. - 특정한 여행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저자를 만나 반가웠다. - 대학시절, 유명 CEO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금융회사의 대표였는데 그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여행 계획을 짠다'라고 말했다. 여행이란 누구나에게나 설렘을 주기 때문이고, 계획한 후에 여행을 가지 못하더라도 계획을 세우는 그 순간이 즐겁다는 말을 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많았는데 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한 적은 없었다. 그의 말을 듣고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다. "여행이란..

해외로 도망친 철없는 신혼부부(이다희)

○ 후기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떠나고 싶다면 두려움을 떨치고 떠나라"인 것 같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가 너무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져서 메시지가 특별히 와닿지는 않는다. - 저자는 결혼, 출산, 취업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잔소리에 대해서 개의치 않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저자 본인이 이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주로 부모님의) 잔소리에 대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책의 후반부 50%에서만 대략 5~6회가 언급되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저자가 그것을 극복했다기보다는 여전히 그 메아리 속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 타인의 잔소리나 사회의 고정관념(자녀의 교육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저자 스스로 '30살 전에는 무엇을 해야해'라고 끊임..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프레드릭 배크만)

○ 후기 내용이 짧고, 소설보다는 동화같다. 다만 뒤로 갈수록 내용에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은 좋았다. - 치매 환자들은 실제로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것일까. 그런 부분에서는 이 책을 만난 것이 큰 의미였다. -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의 기억 속을 거니는 손자의 모습. - 현실에서 다치면 꿈에서도 다친 것이 구현된다. 이런 부분으로 현실과 기억 사이를 오가는 타이밍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이 사라지면 꿈의 공간이 작아진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섬 같았다. - 슬프면 비가 내린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에는 할아버지의 기억 속 추억의 장소가 비에 쓸려 내려가 버렸다.-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나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추억의 장소와 마찬가지로 할아버지는 할머..

내 장례식에는 어떤 음악을 틀까? (여행자 메이)

○ 후기 먼저, '어느 서른 살의 우울증 극복기'라는 부제와는 다르게 내용은 여행지에 대한 것들이 더 많다. 여행지에서의 일과 우을증이 딱히 연결된 느낌도 적다. 책의 첫 20% 정도만 우울증과 관련된 이야기과, 절발 이후부터는 온전히 여행지 후기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목과 내용이 상이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 여행지 관해서도 시기나 계절이 제시되지 않고 그저 '몇해 전'이라는 식으로 언급만 되어, 우울증을 겪던 최근의 일인지, 혹은 그보다 더 전의 일인지 알 수 없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첫 페이지를 쓰던 2년 전"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미루어볼 때, 책이 출판된 시점으로부터 2년 간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궤를 같이 하지 않고 따로 나열된 느낌이고, 책 앞부분에 ..

결국 이기는 힘(이지훈)

1막 - 당시 시대정신의 뿌리는 합리성과 논리성이었고, 그 모델이 바로 기능, 구조, 보편성을 상징하는 기계라는 메커니즘이었다. 르코르뷔지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집에서 안전하게 빛과 사람과 자연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저렴하게 실현해 줄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콘크리트와 기둥을 통해 건축함으로써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건축이론을 창안했다. 그러나 그의 혁신은 당시 기득권층으로부터 외면당했고, 시의회는 그가 지은 한 주택에 대해 '자연을 거스르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모방을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의 반역적인 삶은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라는 고층 아파트에서 정점에 달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마르세유에 이재민들을 위해 지어진 고층 아파트) - 남이 미치..

갑질과 인정중독

처음보는 타인에게 받는 호감(인정)은 도파민을 활성화 하지만 같은 사람에게 받은 비슷한 정도의 호감에는 도파민 반응이 시득해진다. 그리고 그 호감이 조금만 낮아져도 도파민은 급감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타인의 친절(호감)에 익숙해진 사람은 보통사람에 비해 도파민에 의해 쾌감을 느끼는 기준 값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보통사람은 충분히 나를 배려한다고 느낄만한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을 받고 아무런 내적 제제없이 행동할 때 소위 '갑질'이 된다. * 출처: 갑질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북토크 ▷ 정작 가까운 사이, 친한 사람들에게는 무례하면서 처음 본 사람들에게는 과도하게 예의를 차리거나 신경 쓰는 사람, 즉 인간관계의 우선순위가 잘못된 사..

얼론 앤 어라운드 뉴스레터

- 일단 어느 만큼은 전진시켜 놓은 다음, 그다음을 생각하는 것이다. 시작해야만 보이는 것이 있으니까. 시작도 하지 않고, "아직 정확한 계획도 없고, 확신도 없어."하고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비겁한 태도일 수 있다. 어차피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 일단 밀어붙이고 봅니다! 이런 각오와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 요가를 하지 않아도 요가 음악은 글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인간의 인샐은 지옥이며 촌선척마, 이건 참으로 맞는 말이지요. 한치 행복에는 한 자 마물(魔物)이 반드시 따라 붙습니다. 인간 산백윱십오일, 아무 걱정도 없는 날이 하루, 아니 반나절만 있다면 그건 행복한 인간입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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