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일상/맛과 맛 사이

역사만 남은 씁쓸함, 명동 <하동관>

Varsika 2023. 3. 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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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역이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맛집들이 있지요. 명동에서는 <명동교자>와 <하동관>이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무살 시절에는 명동에서 모임도, 약속도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명동은 계절마다 한번 정도 지나가는 곳이 되어버렸네요. 그렇게라도 명동을 지나갈 때면 항상 고민을 합니다. <명동교자>와 <하동관> 둘 중 어디서 밥을 먹을지 말이죠. 

 

이 날은 <하동관>에 들리기로 했습니다. 무려 본점. 본점과 지점의 차이가 나지 않는 식당들도 많지만 그래도 본점만이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맛의 시작점'이라는 상징성도 있으니까요.

 

 

보양도 할 겸 25공을 주문합니다. 20공, 25공이라는 메뉴가 이색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별다른 뜻없이 각각의 가격(20,000원, 25,000원)을 뜻합니다. 

 

언젠가부터 명동 하동관은 사람이 붐비기만 하는 장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정신없이 국밥이 옮겨지고,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이야 국밥집 본연의 맛과 멋이겟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친절하다거나 맛있다는 느낌보다는 '정신없다'는 인상만 주곤 했습니다. 이 날 하동관을 찾은 것도, 그것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에 찾은 것도 다 그런 기억을 상쇄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아쉽습니다. 여전히 명동 하동관은 정신이 없기만 한 곳이었습니다. 마치 급식소처럼 오가는 사람들만 많을 뿐, 친절하지도, 그다지 맛있지도 않은 느낌입니다. 본점이 아닌 여의도 지점이 더 친절하고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식탁 위의 김치 국물과 떼가 제대로 닦이지도 않았네요. 그 위에 손님을 받고, 음식을 내어놓는다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저 음식이 빠르게 나왔으니 빠르게 먹고 자리를 옮길까 합니다.

 

이제는 명동 하동관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 맛이 그리워지면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까 합니다.

 

아쉽습니다.

 

25공(곰탕) :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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