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中)

Varsika 2023. 9. 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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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릴 적 식모로 일했던 기남이 홍콩에서 만난 가사노동자들을 마주하는 장면은 단순하지만 훌륭한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나면 그 장면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작가는 시간과 기억은 사라져도 위로받은 마음, 위로를 준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남은 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책 속에서>

 

- 시간이 갈수록 기남은 권사장에게 깊은 분노를 느꼈고,그 분노는 기남에게 약이 되었다.

 

- 기남의 마음에는 사라지지 않는 방들이 있었다. 언제든 그 문을 열면 기남은그 순간을 느끼 ㄹ수 있었다. 그날에 대한 기억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생생했다. 그 중식당의 냄새, 식기의 모양, 음식의 종류, 노인 옆에 있던 젊은 남자, 그러니까 노인의 아들이 입었던 옷과 큰언니라는 사람의 표정까지도. 기남은 살면서 수시로 그 문을 열었다. 문을 열 때마다 기억의 세부는 조금씩 사라져갔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의 통증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 문을 열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차갑고 단단하고 무거운 무언가가, 여전히.

 

- 따뜻한 통증이 기남의 등과 배에 퍼져나갔다. 기남은 마이클의 머리칼을 쓰다음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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