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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본태 박물관 : 안도 다다오, 쿠사마 야요이 그리고 제임스 터렐

Varsika 2020. 11. 30.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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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제주 본태 박물관

 

제주 안덕면 상천리 380에 위치한 본태 박물관. '본태'는 본래의 형태라는 뜻으로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자 하는 박물관의 설립이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2012년 설립되었으며 전통적인 예술과 현대 공예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시를 지향하고 있다. 목가구, 소반, 조각보 등 전통 수공예품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설립자 이행자 고문이 30여 년간 직접 수집한 것이라고 한다. 전통 수공예품과 현대 미술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본태 박물관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행자 고문은 현대가 故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다.)

 

설립 초기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노출 콘크리트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가 이곳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안도 다다오는 세계적인 건축가임과 동시에 일본색이 강한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전시하는 이곳을 설계했다는 점은 분명히 흥미로운 역설이다. 그는 본태 박물관을 비롯해 유민 미술관(舊 지니어스 로사이), 글라스 하우스 등을 제주에 남겼다. (이쯤 되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인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하다.)

 

앞서 서술한 전시 외에도 본태 박물관은 매우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는데 불교미술, 유교미술 등 전통 종교와 연관된 전시와 전통 상례 등을 볼 수 있고, 제3관은 일본의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는 빛과 공간 미술운동(Light and Space movement)으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전시했다.(2020년 12월 31일 전시종료) 

 

즉 본태 박물관은 전통과 현대라는 문화의 시간적 충돌과 한, 미, 일 3가지 문화권의 공간적 충돌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왜 본태 '미술관'이 아니라 본태 '박물관'으로 명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좌측부터 안도 다다오,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전시를 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그것을 하나의 맥락으로 엮는 것도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본태 박물관에서는 박물관이라는 건축물(공간) 자체가 전시의 일부이자, 수백 년의 연대기를 직조하고 있는 미술품(Object)이 전시되어 있고, 쿠사마 야요이와 제임스 터렐이 보여주는 새로운 순간의 경험(시간)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제5 전시관부터 제1 전시관까지 이어지는 관람동선은 노출 콘크리트로 제한된 시야에 따라 새로운 장(場)이 출현하는 안도 다다오 특유의 시퀀스를 느낄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거울방>에서는 공간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확장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제임스 터렐의 <Orca, Blue> 전시에서는 빛이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잠식해버리는 놀라운 광격을 목도할 수 있다. 

 

4번 정도 방문한 감상으로는 동선의 아쉬움(분리된 제4 전시관)과 배치의 아쉬움(전통 미술관 내의 제임스 터렐 특별관) 등이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자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만약 아직 이곳을 방문하지 않은 여행자가 있다면 꼭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지금 제주에 있지 않더라도 미술관과 박물관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이곳에 가기 위해 제주를 방문해볼 만하다. 나도 또 갈 것이냐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하염없이 무한거울방 앞에서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스템만 아니라면 또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관람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제임스 터렐관 입장마감 17:45)

-. 주변 관광지 :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뮤지엄 (*3곳 모두 이타미 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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