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특별한 노력 없이 중동/이슬람의 역사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한중일 3국만으로 이루어진 역사를 서술하기에도 사건이 많았거니와, 한반도 국가의 해외 교류가 드물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중동과 가까운(?) 역사적 언급이라면 고구려 사신을 그린 벽화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던가, 고려가요 <쌍화점>을 보면 회회아비(위구르인, 이슬람교도)가 나온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마저도 엄밀히 말하면 중앙 아시아인들과의 교류이지 중동과의 교류라고는 보기 어렵다.
현대에 와서 우리가 접하는 중동 콘텐츠들은 대부분 유럽과 미국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충돌, 갈등, 정복, 전쟁 등을 위주로 다루게 된다. 이러한 경로로 중동을 접하다 보면 굉장히 편향적인 시각에 익숙해질 수 있고,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보지 못하고 특정 부분만 보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중동, 이슬람 문화의 시각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어떻게 국가가 되었고 제국이 되었으며, 현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눈과 귀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시리즈 <오스만 제국의 꿈>은 그야말로 중동, 이슬람의 시각에서 그들의 역사를 탐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선물이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1453년 이루어진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을 다룬다. 19살에 왕위에 올라 불과 2년 만에 동로마제국의 수도를 정복한 메흐메트 2세를 주인공으로 오스만 제국의 부흥을 상세히 그려낸다. 영화처럼 전개되는 서사 가운데 전문가들의 해석이 곁들여지면서 단순한 전쟁사를 넘어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다큐의 전문성과 영화의 재미를 동시에 잡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스만 제국의 꿈>.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Archive > 문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 에릭요한슨 사진전 : IMPOSSIBLE IS POSSIBLE (0) | 2021.06.13 |
---|---|
[전시] 앤드워홀 회고전과 더 현대 서울 ALT.1 (0) | 2021.04.10 |
[도시재생] 도시재생과 뉴딜 그리고 광화문 광장 (0) | 2020.09.19 |
[전시] 퓰리처 사진전(예술의 전당, 2020) (0) | 2020.09.09 |
[전시] 코로나 시대, 관객을 위한 전시는 없나 - 퓰리처 사진전을 보고 (0) | 2020.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