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눈물 한 방울(이어령)

Varsika 2024. 5. 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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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며

 

- 이어령 전 장관은 1960년대부터 이화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1988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행사 총괄을 맡았다. 1990년에는 초대 문화부 장관에 임명되어 국립국어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 2022년 2월 별세했다. 이 책은 2019년부터 별세 한 달 전까지 그가 쓴 육필 노트를 기반으로 했다.

- 약 160권의 저작을 남겼지만 회고록이나 자서전은 쓰지 않아 이 책이 그의 유일한 개인적 기록이다. 

 

 

○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

 

- 스티브 잡스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래서 뭔가는 살아남는다고, 어쩌면 나의 의식은 영속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 겁니다.”

 

(...) 그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그는 또 한 번 멈췄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마 그래서 내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스티브 잡스 자서전 中) 

 

- 앙리 마티스의 컷오프

 

- 마지막까지 글을 쓰고 싶다. 책을 더 읽고 싶다. 그럼에도 끝부분에는 '맞춤법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난다고 적은 일기(2021년 12월 30일)가 감명 깊었다. 끝까지 작가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 책 속에서 

 

- 생각은 언제나 문명의 속도보다 늦게 온다. 자동차가 생겨나도 그 힘을 재는 것을 말이다. (...) 전등이 생겨나도 그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는 촛불이다. (...) 생각은 언제나 문명의 속도보다 늦다.

 

- (...) 어느 날 영영 소리 낼 수 없을 때 / 꽃은 더 멀어질지 가까워 질지 / 펜은 내 손에서 잡혀 있을지 떨어져 있을지 / 알 수 없다. (...) 목 속에 숨이 목숨으로 있을 때. / 세상은 멀리 있는지 / 더 가까이 있을지 / 알 수 없다. / 죽음은 알 수 없느 ㄴ것과 같다. / 지금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는데. / 국어 시험 치듯. 다 풀 수 있었는데...

 

- 늙은이가 젊은이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한마디. MEMENTO MORI.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이다. 늙어서 죽음을 알게 되면 비극이지만 젊어서 그것을 알면 축복이다. 

 

- 죽음은 폭발하지 않는다. 야금야금 다가와 조금씩 시들게 한다. 황제의 죽음이라도 마찬가지다. 화려했던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천천히 소리조차 없다. 가슴도 온몸도 침몰한다. 심연 속으로. 

 

- 가야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이나 무슨 무인도 같은 곳으로 찾아갸야겠다.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사람들은 이름만 갖고 가자. 아주 참기 어려울 때 물새 이름이라도 부르듯이 부르면 된다. 나를 위해 눈물 한 방울이라고 흘려준 사람에게는 편지를 쓰면 되겠지. 물병에 넣어 파도 위에 던지면 찾아가겠지. 시간이 되었나 보다. 그게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이라면 죽을 死자 사막이라면 백골로 남아 기둥처럼 서인장처럼 서 있으면 된다. 언젠가는 낙타가 지나가며 울어주겠지.

 

- 내 슬픔은 나 혼자의 것이니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함꼐 슬퍼하면 나는 견디지 못한다. 남이 슬퍼하는, 나를 슬퍼해 주는 타인의 중량이 너무 무거운 탓이다. 

 

내 역성을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울었다. 얼마든지용감하게 싸울 수 있는데 죽음과 맞서 싸울 수 있는데 누군가 내손을 잡고 상처를 불어주면 나는 주저 앉는다. 어렸을 때처럼 그랬다. 

 

아무도 내 역경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기에 졸도해 쓰러진 날 밤, 일어나서 보니 누구도 내 역성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안심한다. 

 

- 62.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깃털은 흔들린다.

날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공깃돌은 흔들린다.

구르고 싶어서.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2020.7.5.

 

- 내일 아침은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안녕" "잘 자" 혼자 인사말을 한다.

 

- 첫눈인가본데 많이 내렸다. 

아침에 커튼을 열자 눈부신 설경이 지용의 말대로 

이마받이를 한다. 

 

(...)

 

지금 저 눈들이 내년 이맘때 어디에 있을까?

나도 그떄는 없을 것이다. 

 

-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더니 만년필이 말라 화초에 물을 주듯 물을 뿌려 글씨를 심는다. 

 

- 기병대처럼 아침이 왔다.

햇살이 나팔 소리처럼 먼 데서 들려오더니. 

 

밤새 어둠과 싸워 이불 위에

넝마처럼 쓰러진 미라 같은 내 몸에.

기병대처럼 아침이 왔다.

 

이 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2021.10.25일 새벽 한 시

아침이 되기에는 아직도 여섯 시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기병대는 모든 전투가 끝나고 화살이 부러지고. 포장마차가

불타고 죽은 소녀의 오르골이 울릴 무렵에야 늦게 온다.

 

불을 켜놓고 처음 잠을 잤다.

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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