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강의 리뷰

[글쓰기 강의] 코로나 시대, 퇴근 후 강좌에 대한 짧은 소회

Varsika 2020. 8. 27. 01:08
728x90
반응형

 

Photo by Green Chameleon on Unsplash

  올해에 들어와 총 3가지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다. 에세이 쓰기, 전업 작가 준비, 보고서 쓰기를 주제로 퇴근 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들이었다. 각 강의는 모두 5주간 진행되었으며 1주에 1회, 2시간 강의로 이루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기당 1번씩 강의를 들은 경험 전반에 대해서 리뷰를 남긴다.

 

 

  1. 퇴근 후에 수업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헬스나 필라테스가 아닌 글쓰기 수업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겠다고 생각한 것은 큰 잘못이었다. 퇴근 후에 또다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장소를 찾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퇴근 후 강의 시작 전까지 한 시간 남짓 남은 시간에 저녁을 해결하면서 혹은 참으면서 이동하는 것은 멀고 가까움을 떠나서 심신에 부담을 주는 일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을 때는 마치 학창시절 학원 앞에서의 그때처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강의가 좋으면 그런 생각도 다 사라졌다.

 

 

  2. 수업에서 남는 것이 있으려면 반드시 복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중 글 쓰는 시간을 주거나, 혹은 따로 과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수업 시간의 대부분은 강사의 말로 진행된다. 따라서 그것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수업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쉽게 이해가 되던 것들도 직접 써보거나 혼자 복습을 할 때면 쉽게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나누어준 자료 또한 함께 읽는 예문이 주 내용이라 강의 내용이 정리된 경우는 없었다. 걱정을 깨는 도끼는 복기밖에 없었다.

 

 

  3.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배운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강의들이 폐강되고, 그나마 연명한 강의들도 인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수강 신청을 했던 사람들도 자진해서 취소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나 역시 그런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강의는 수업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물리적인 현상 너머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갓 20살이 된 학생부터 검은 머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배움에 목마른 사람들이 많았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깊게 반성했다.

 

 

  4. 수업시간은 강사와 학생 그리고 주최 측의 약속이다.

 

  2번째 강의의 첫 수업 시간 이었다. 강사가 말했다. "사무처에 주의해야 할 점을 물어보니, 수업 마무리는 빨라서도, 늦어서도 안 된다고 하네요." 너무나 당연한 말이었지만 시간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오래지 않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올해들은 강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총 3개였는데 강사의 스타일이 모두 달랐다.

 

  1번째 강사는 수업 중간에 휴식 시간을 주었는데 항상 휴식이 끝나는 시간을 명확히 공지했다. 그리고 해당 시간이 되면 주저 없이 수업을 재개했고, 끝나는 시간도 항상 알려주었다. "오늘은 쉬는 시간 없이 달려왔으니까 5분 일찍 마치도록 하죠." 혹은 "오늘은 중간에 쉬는 시간이 길어졌으니 5분만 더하고 끝내겠습니다." 와 같은 식이었다. 또 항상 수업 종료 20분에는 미리 말해주었다.

 

2번째 강사는 첫 수업 때 한 말과 같이 칼 같이 시작해서, 칼 같이 끝냈다. 쉬는 시간은 없었으나 중간에 화장실을 가도 제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정각이 되기 3분 전에 질의 응답시간을 갖고 정각이 되면 즉시 수업을 마무리했다. 한 번도 정해진 시간을 어기지 않았다. 

 

  3번째 강사는 시작은 정시에 했으나 항상 10분~20분 일찍 끝냈다. 어떤 날은 비가 온다고, 어떤 날은 수강생들이 피곤해 보이니까, 어떤 날은 마지막 수업 날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나 역시 분명 피곤했고 속으로는 일찍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사가 사전의 안내없이 수업을 일찍 끝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꼈다. 금전적인 부분의 불만과 함께 강사가 수업에 대해서 별로 열의가 없고, 강의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는 어디까지 진도를 나가야 할지, 어디서 질문을 받아야할지  사전에 고민하지 않은 것 같았다. 실제로 수업의 밀도나 만족도가 3개의 강의 중 가장 낮았다. 

 

  시간은 상호 간의 약속이고, 사정이 생겨 이를 조정해야 한다면 사유를 사전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공지하는 것이다. 갑작스레 수업이 일찍 끝나버릴 때마다 긴장의 끈도 허무하게 풀어지고 수업의 맛도 흐지부지하게 잊허졌다. 3번째 강의의 내용은 유익했으나 그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5. 코로나 시대는 강의도 바꾸어 놓았다.

 

  첫 수업에서 3명의 강사들이 모두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전업 작가들은 인세와 강의료로 먹고산다는데 인세는 한정적이니 저작을 하지 않는 평시에는 강의로 생활비를 보충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많은 강연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비대면 라이브 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는걸 나도 일상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수업에 앞서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도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과정이 우리 삶에서 익숙해진 것은 정말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제는 그런 절차가 없으면 개인이 불안한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퇴근 후 강의에 대한 심적 장벽이 좀 더 높아진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온라인 라이브 강의에 대한 준비도 주최 측, 강사, 수강생 모두에게 필요했다. 실제로 3번째 강의의 마지막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는데 집중도는 확실히 현장 강의보다 떨어졌다. 또 라이브 방송 담당자의 실수로 인하여 총 2시간 길이의 강의 중 약 20여분 길이의 내용이 송출되지 않았다. 참담했다. 집에서 한없이 새로고침을 누르고 있자니 비참하고 억울했다. 담당자는 내부 전산망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준비에 안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았다. 

  그리고 그날 강사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이유로 수업을 1시간 40분 정도 강의를 진행하고 과정을 끝내버렸다. 또다시 참담했다. 주최 측과 강사 모두 건성으로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도 주최 측은 강의 전문업체로의 명맥은 유지하겠지만 코로나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6.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며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에 살아남은 자는 위기가 끝나면 더 큰 성공을 누릴 것이고,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는 자들은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사라질 것이다. 강의 시장의 축소로 위기를 겪는 강사와 주최 측도 새로운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위기에 살아남으면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코로나 시대가 그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코로나를 핑계로 나태해지지 않도록, 그리하여 코로나가 끝난 후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라는 말과 함께 좌절하지 않도록, 새로운 자극제이자 자양분을 찾는 마음으로 연이어 강의를 찾았다. 한겨울 꽁꽁 언 손을 주머니에 싸 넣고 강의를 듣던 날에서 어느덧 처서를 지나 가을로 왔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글을 쓰고 또 읽는다는 행위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감동과 위기를 위기로만 보내면 안 된다는 경각심까지 알려준 갚진 날들이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