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북토크 후기
<그날의 이야기>
- 솔직함이 매력인 박용만 작가답게 북토크도 시종일관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었다.
- 박용만 작가의 첫 북토크라고 했다. (이유는 아무도 먼저 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 본래 2월 24일은 임경선 작가(그녀는 과거 두산 매거진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의 북토크 날이었으나 박용만 작가를 위해 일정을 조정해주었다고 한다. 북토크에 임경선 작가 또한 참석하였다.
- 간단한 소개와 근황 이야기에 이어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박용만 작가는 북토크 시작 30분 전에 이미 역사책방에 도착했다.
- 개인적으로 너무나 다사다난했던 올 1~2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박용만 작가의 말처럼 나를 더 용서하고, 나에게 더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북토크 Q&A>
* 독자들의 질문 중 비슷한 질문의 경우 하나의 문답형태로 재구성하였습니다.
Q.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실 때 국회 등에서 쓴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A. 쓴소리는 FACT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고, 어느 정도 의견이 정리되면 보수, 진보, 중도 측의 의견을 미리 수렴한다. FACT 기반으로 비판하는 것을 알면 상대방(국회의원 등)도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괜히 지적했다가 역공을 당할 때 데미지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Q. 책을 낸 이후에 가장 달라진 점은?
A. 나를 소개할 때 '저자'라는 이력이 추가되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책을 선물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Q. 워라밸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 그렇지 않은 회사 사이의 갈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A. 우리나라 회사에서 워라밸이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 평가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함
2. 인간의 관성을 버리지 못할 정도의 단기간에 너무나 빨리 급속성장을 경험함
3. 사양산업을 빨리 버리지 못함
우선 평가제도가 과학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가제도가 과학적이지 못하면 인사평가를 근태, 근무시간, 명령에 대한 복종, 학연, 지연 같은 이상한 기준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즉 인사평가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결국 평가의 범위, 기준이 끝에서 끝까지 무한대로 벌어지게 되고 직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여야만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평가제도가 과학적이지 못한 이유는 리더에 대한 평가가 엄격하지 않기 때문이다. 윗사람이 느슨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되면 그 사람도 바로 아래사람을 rule이 아닌 호불호로 평가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 나약하다고들 하는데 잘못된 말이다. 과거 세대와 다른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성장기부터 선진국의 기준에 맞춰 성장해왔다. 경제도 문화도 마찬가지다. 우리 가족만 해도 나(박용만 회장)는 평균을 따지자면 1인당 소득이 9천 불 수준의 시대에 살았고, 첫째는 1만 9천 불, 셋째는 2만 9천 불 시대에서 자랐다. 셋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보기에 만족스럽게 젊은이들이 행동한다면 그 사회는 영원히 후진국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시대가 바뀌면서 점차 인식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한국사회는 그런 관성을 벗어낼 수 없는 너무나 짧은 시간에 급속 성장을 했다.
마지막으로 사양산업을 버리지 못한 것도 워라밸을 갉아먹는 이유다. 국내 노동자로는 운영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산업은 이미 끝난 산업이다. 이런 산업은 변화에 미리 준비하여 대응했어야 맞다. 중국 때문에 사업이 어렵다는 일부 목소리는 설득력이 없다.
Q. 미국 유학생활에서 경험한 규범에 대한 이야기가 감명 깊었다.
A. 처음 미국에 가서는 답답했다. 그러나 미국 생활을 끝낼 때쯤에는 법보다 무서운 규범의 힘을 알게 되었다. 법은 타의적이다. 누군가의 강제에 의해서 행하게 된다. 그러나 규범은 자발적이다. 모두가 어떻게 해야한다는 합의된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할 때에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좋은 규범을 만드는데 노력했다.
Q. 삶에 목표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A. 행복은 목표달성이 아니라 자기만족에서 온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절대 만족을 하면 안 되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더 잘해야 한다. 만점을 받아야 한다.) 고민이 생기면 더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알아봐라. 알면 고민이 단순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와 결혼을 할지 말지는 더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 여자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
이루는 것이 사람을 규정하지 않는다. 어떤 인간이 되어 가는가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 이 과정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함께 경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적이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되면 인간은 불행해진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업적이 목표인 조직은 구성원도 힘들도 수장도 그 의미를 잃는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이다. 젊은 시절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나한테 더 기대고, 나를 더 용서해라. 내가 나에게 기대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데 타인이 어찌 나를 용서하겠는가.
Q. 사진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은?
A.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진 100장은 있어야 사진첩을 만들 수 있고, 사진전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마음에 드는 사진 100장을 채우지 못했다. 누군가 가장 잘 찍은 사진이 뭐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내년에 찍을 사진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사진을 찍으며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도 사진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면 공감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는 대화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너무 좋다.
* 그밖에
- 휴전선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는 4월에 명동성당에서 전시가 열린다.
- 라이카 주관으로 사진전이 열릴 예정이며 박용만 작가의 사진 7장도 포함된다. 3/20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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