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4억 개가 넘는 이미지를 보관 중인 게티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컬렉션 중 일부를 소개한다.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섹션별 내용은 아래와 같다.
<1관 : 시대를 기록해온 우리의 과거와 현재>
1.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 다양한 아카이브와 전설적인 사진작가 컬렉션 소개
2. 현대르포의 세계 : 세계 유수의 보도사진전을 수상한 게티이미지 소속 기자들과 협력작가들의 르포사진 소개. 6인의 기자가 포착한 르포르타주(Reportage) 사진 컬렉션.
<2관 :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상을 연결하는 사진의 역할>
3. 기록의 시대 : 각 시대상을 특정주제별로 살펴볼 수 있는 사진 전시. 누군가가 누르는 셔토로 그 순간은 영원성을 얻는다.
4. 연대(連帶)의 연대기(年代記) :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발생하되 같은 주제를 다루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교차 구성하여 시공간을 초월해 되풀이되는 역사를 돌아본다. (History Repeats Itself, 역사의 데칼코마니,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
5. 일상으로의 초대 : 일상을 잃어버린 지난 2년의 기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섹션1. 아키비스트의 창고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워터마크 체험이 있다. 과거 워터마크를 핸드 프레스 방식으로 삽입하던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다만 A4용지에 조악하게 자른 사진으로 진행하다보니 그다지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기념품으로 가지기에도 애매하고 실제로 프레스를 세게 누르면 종이가 찢어진다. 나 역시 체험 직후 워터마크가 찍힌 종이를 버렸다. 위치도 전시장 입구 바로 앞이라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이번 전시에 유일하게 옥의 티처럼 느껴진 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면 도입부에 저작물 이미지 정보 표기와 전시물 프린트 방식에 대한 안내가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은 이런 표기방식이나 인쇄방식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호기심을 가지기에도 거리가 먼 부분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도 급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시 초입부에 이런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전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많은 준비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관객에게 친절한 텍스트였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직관적이고 전달력이 좋지만 핵심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텍스트가 아니면 이 사진을 찍게 된 상황, 역사적 배경, 작가의 의도를 알지 못하거나 심지어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단순히 사진 전시물뿐만 아니라 작가와 개별 아카이브에 대한 설명도 풍부해 관람에 어려움이 없었다. 최근 들어 전시장 내의 텍스트를 생략하고 유료 오디오 가이드로 설명을 대신하는 전시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오히려 전시의 기본을 잘 지킨 것 같아서 좋았다.
섹션2. 현대르포의 세계
섹션.1이 끝나면 섹션.2에서 '현대르포의 세계' 전시가 이어진다. 해당 섹션은 촬영이 불가능하다. 본 전시의 가장 백미는 바로 2관이었다. 6명의 작가들이 촬영한 보도사진에 대한 설명과 사진이 전시되어있고 각 작가에 대한 설명과 책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작가가 금방이라도 작업을 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있다. 책상 앞에서면 전면에는 얇은 디스플레이들이 뼈대만 남긴 형태로 철제 구조물에 걸려져 있는데 이 모습 또한 장관이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가상 디스플레이가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조명이 어둡게 셋팅되어 있는 반면 전시물을 관람하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각 전시물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기 때문이다. 간접조명 역시 기다란 선형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이마저 아주 세련된 모습이다. 각 작가들은 전쟁, 동물밀렵, 정치 등 다양한 주제의 르포르타주 사진 컬렉션을 선보인다. 여기서 르포르타주(Reportage)란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뜻하는 프랑스 단어다. 미디어에서 흔시 사용되는 '르포'가 바로 르포르타주의 준말이다.
섹션3으로 넘어가기 전 짧은 통로에서 '2020년을 회고하며'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생활양식에 적응해버린 요즘. 과거의 모습, 우리가 돌아가야할 본래의 삶의 형태를 상기시켜 준다.
섹션3. 기록의 시대 / 섹션4. 연대(連帶)의 연대기(年代記)
섹션3. 기록의 시대와 섹션4. 연대(連帶)의 연대기(年代記)는 구성상으로는 구분되어 있지만 하나의 공간에서 전시되고 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자마자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수십개의 사진을 보면 순간적으로 압도된 듯한 느낌이 든다. 한 공간에서 양쪽 벽면을 활용해 2개의 전시가 진행되지만 공간이 넓어 병목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관람 동선은 그다지 편리한 편은 아니었다.
기록의 시대는 사진이 인류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매체가 된 이래, 각 시대상을 사진으로 살펴보는 것을 제안한다. 각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사진으로 관객들에게 당시의 역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팜플렛에 나오는 설명이 예술이다. "누군가가 누르는 셔터로 그 순간은 영원성을 얻는다."
연대의 연대의 경우 다른 시간다른 공간에서 발생화되 같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 두점을 교차 구성하여 전시했다. 본 전시를 통해 변하지 않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살펴보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의도도 좋고 시각적 구현도 좋았으나 텍스트를 보기에는 불편해 전시를 관람할 당시에는 해당 사진들이 어떤 기준으로 배치되었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섹션3, 섹션4 역시 전반적으로 훌륭한 구성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전시의 남은 부분은 섹션5. 일상으로의 초대와 아카이벌 라이브러리인데 그다지 인상 깊지는 않았다. 특히 아카이벌 라이브러리에서는 전시 중 보여준 유명인의 어린시절 사진이 과연 누구였는지 알려주는데 다른 섹션의 전시와 크게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거기다 책자를 손으로 뒤적여야 한다는 점에서 팬데믹 시대에 적절한 방식의 전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관람을 마치며
섹션 1~4에 비해서 나머지 부분(2020년을 돌아보며, 섹션5, 아카이벌 라이브러리)의 밀도가 낮아 용두사미로 끝난 기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여러모로 인상깊은 부분이 많은 전시였다. 다양한 전시품과 세련된 공간구성(현대르포의 세계, 연대의 연대기) 그리고 친절한 텍스트가 큰 만족감을 주었고 향후에도 게티이미지 관련 전시가 있다면 꼭 방문해야겠다는 신뢰감을 주었다. '세상을 연결하다'라는 전시 부제처럼 사진이 어떻게 인류를 기록하고 연결해왔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였다. 포토저널리즘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게 됬고 동시에 큰 감명을 받았다. 다시 한번 관람하고 싶을 정도.
○ 전시명
<게티이미지 사진전> - 세상을 연결하다.
○ 기간 및 장소
2021년 12월 22일 ~ 2022년 3월 27일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 좋았던 점
1. 전반적으로 관람 에티켓이 잘 유지되어 조용한 가운데 전시 관람이 가능하였음.
* 포토존이 아닌 곳에 사진을 찍거나 관람선을 넘으면 바로 스태프의 안내가 있었음
* 전시장에서는 정숙을 유지해달라는 내용을 안내문에 명시함
2. 전시구성이 다채로움에도 전달력이 좋아 섹션이 바뀔 때마다 경험적 쾌감을 선사함.
- 친절한 설명(작가, 사진, 저널리즘)
3. 아카이브, 포토저널리즘 및 다양한 국제이슈에 대해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함.
4. 조명, 텍스트, 전시 큐레이션 등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좋았고 포토존이라고 할 만한 곳도 전시 끝에 작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 아쉬웠던 점
1. 전시 도입부에 워터마크 체험이 있는데 증정품은 조악하고 체험내용도 단순해 불필요해 보임.
○ 실제 관람시간
약 1시간 30분(전시가 너무 좋아 체력이 허락했으면 더 오래 있고 싶었다.)
○ 별점 / 관람평
★★★★ / 사진, 저널리즘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 해당 주제에 관심이 없더라도 전시 자체만으로 굉장히 웰메이드된 전시.
○ 주최
한겨레, 게티이미지코리아, 빅오션이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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