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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잘쓴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단 끝에 한 문장으로 던지고 싶은 말을 모두 껴안는 방식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생경한 단어도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배경이 되는 장소도 다양해 지도로 찾아보며 읽었다. 마치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2월에 완독한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작가는 책에 담긴 글 중 일부는 몇 해전 써두었던 글을 다시 고쳐 쓴 것이라고 했다. 꾸준히 써두면 나의 글도 추후에 쓰임을 얻을 수 있을까. 더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 나는 내 연필이 대장장이의 망치를 닮기를 원한다.
-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아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서 나는 멍청해졌다.
-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은 낄낄대고 고스톱 치면서 죽음을 뭉갠다. 죽음은 돌출하지 않는다.
- 여러 빈소에서 여러 죽음을 조문하면서도 나는 죽음의 실체를 깨닫지 못한다.
- 이순신의 바다는 인간세人間世의 고해다. 그는 그 고해를 끝까지 건너갔다.
- (이순신의 기록을 보면) 사실에 정서를 이입시키지 않고 사실을 오직 사실로서 수용하는 태도는 그의 리더십에서 한 중요한 본질을 이루는 듯하다.
- 삶은 life가 아니고 Being alive이다. Being alive는 그리움 없고 기다림 없는 시간이다.
- 나는 별을 '별'이라고 불러야만 별이 별같이 느껴진다. (...) star는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이지만 '별'은 내 생애에 개입되어 있는 경험적 실체이다.
- 모국어는 친숙할수록 긴장을 요구한다.
- 할매들의 이런 글에 대해서는 별도로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 (...) 삶이 말을 끌고 나가서, 말은 겉돌지 않는다.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 中)
- 사람들은 '막장'을 외면했고, 없애지도 못했고, 막장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힘들어했고, 다만 막장이 조용하기만을 바랐다. ('생명의 막장' 中)
- 이 동네가 뜨내기들이 살다 가는 신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의 마을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 우리는 타향 위에 고향을 건설해야 한다. ('새들이 왔다' 中)
- 덧없는 것으로 덧없는 것을 위로하면서, 나는 견딜만 했다. 후져서 편안했다. 내년의 송년회도 오늘과 같을 것이다. 해마다 해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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