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기차와 생맥주(최민석, 북스톤)

Varsika 2023. 5. 2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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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에 책을 많이 샀다. 나름 칩거하며 독서를 많이 하자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너무 많이 산 탓에 책장이 필요해 없는 살림에 쪼개어 책장도 샀다. 3년이 지난 오늘 돌아보면 읽은 책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반성하며 2023년 신년 목표로는 책을 사지 않는 것으로 했다. 정 사고 싶다면 한 달에 한 권만 사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깨버린 첫 책이 바로 <기차와 생맥주>였다.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안 샀으면 큰일 날뻔했다.

책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여행 에세이는 이미 익숙한 맛이라 너무 즐겁게 삼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최민석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던 에세이도 게재되어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작가의 목소리도 몇 번 들어본 터라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목소리가 생각날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안 사면 큰일 날뻔했다.

모든 책에는 하나의 쓰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거나, 지식을 주거나, 훌륭한 라면 받침이 되거나. <기차와 생맥주>의 쓰임은 바로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최민석 작가의 책도 그러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여행기가 쓰고 싶어졌다. 도저히 그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오래전에 써두었던 글을 다시 꺼내 퇴고했다. 퇴고를 끝내고 나서야 마치 독서가 끝난 느낌이었다.

삶이 지루할 때, (이번 주처럼) 본의 아니게 칩거할 때,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을 때. 이런 순간마다 나는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아, 이 책은 한번 펴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 뭔가 즐기면서 여행하는 분위기에서 오로지 이동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다. ('항공 이동의 고충' 中)

  • 귀국행 비행기에 타서, 안전띠를 매고, 탈출 요령을 듣고, 모니터에 어떤 영화가 있는지 챙기다 보면, 어느 순간 '귀국 모드'가 발동한다. 이 순간부터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유통기한을 맞이하고 만다. ('글쟁이 여행 딜레마' 中)

  • 기차를 타고 고작 두 시간 남짓 왔을 뿐인데, 먼 곳에 온 게 아니라 먼 때로 거슬러 온 기분이 들었다. ('KTX 타고 한 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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