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쇼코의 미소(최은영)

Varsika 2023. 7. 20. 22:42
728x90
반응형

○ 줄거리

 

[쇼코의 미소]

쇼코는 고등학교 시절,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집에 잠시 머물렀던 일본 사람이다. 나는 할아버지, 엄마와 함꼐살고 있으며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고 했다. 쇼코의 고모는 실질적인 가장이지만 외박이 잦아 쇼코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쇼코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마치 여자친구처럼 대하고, 자신은 그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쇼코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도쿄로 떠나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쇼코는 나에게 끔찍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나의 할아버지에게는 즐거운 내용의 편지만 보냈다. 나는 그 두가지가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쇼코의 편지는 끊기게 되고 나는 서울의 한 사립대로 진학한다. 나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쇼코에게 몇번 손편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없었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캐나다로 유학을 가고 유학생활의 끝에 여행한 뉴욕에서 과거 쇼코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일본인 '하나'를 만난다.

 

하나가 말하길 쇼코는 도쿄로 가지 못하고 고향의 대학에 진학했다고 했다. 깊어진 할아버지의 병환으로 인해 때문이었다고 했다. 대신 고향의 대학에서 4년 장학금을 받았다고 하나는 전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직접 쇼코를 찾아 떠난다. 쇼코의 집은 길을 건너면 바로 바닷가가 나오는 골목에 있었다. 

 

쇼코를 만난 후, 망가져 버린 쇼코의 모습을 보고 나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버린다. 할아버지에게는 쇼코가 집에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할아버지와 나는 그날 이후로 쇼코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계에 투신했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돈이 모자랐고, 영화판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능이 모자랐다. 열등감에 휩쌓였다.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가 나의 자취방으로 할아버지가 받았던 쇼코의 편지를 가져왔다. 할아버지는 그동안 쇼코와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내용에 따르면 쇼코네 할아버지가 아닌 쇼코의 우울증 때문에 집과 고향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 '나'의 할아버지에게도 병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략)

 

 

○ 책 속에서

- 가족은 언제나 가장 낯선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쇼코는 나의 할아버지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았을지도 모른다. 

 

- 자신의 삶으로 절대 침입할 수 없는 사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먼 곳에 있는 사람이어야 쇼코는 그를 친구라 부를 수 있었다. 

 

- 마음 한쪽이 부서져 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쌓였다.

 

- 증오할수록 벗어날 수 없게 돼 

 

- 일주일은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비행기표를 바꿔 그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

 

- 영감은 고갈되었고 매일매일 괴물같은 자의식만 몸집을 키웠다. 

 

-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 기다려준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림자를 먹고 자란 내 자의식은 그 친구들마저도 단죄했다. 연봉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친구는 볼 것도 없이 속물이었고, 직장생활에서 서서히 영혼을 잃어간다고 고백하는 친구를 이해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의 끔찍함에 놀랐으나 그조차 오래가지는 못했다.  

 

-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냥 한두 시간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평생 좋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이 무뚝뚝하기만 했는데 그게 고작 부끄러움 때문이었다니. 죽음에 이르러서야 겨우 부끄러움을 죽여가며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 슬픔을 억누르고 억누르다 결국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엄마였다. 

 

- 하루에 단어를 백개씩 외웠다. (...) 단순 암기에 집중하니 잡념이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 나는 일본에 갔을 때 쇼코에게 느꼈던 우월감을 기억한다. 너의 인생보다는 나의 인생이 낫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던 때, 집에 틀어박혀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쇼코를 한심스럽게 생각했던 일, 넋이 나간 것처럼 내게 기대서 팔짱을 끼던 모습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던 기억, 그리고 쇼코의 아픈 할아버지를 보며 나의 할아버지의 건강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일도. 나는 쇼코의 그늘을 보지 못했다. 

 

 

○ 감상평

나의 비극을 다루는 모습, 타인의 비극을 보고 받아들이는 모습,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찰나의 두려움이나 열등감, 이기적인 모습을 잘 관찰한 것 같다. 찰나의 감정들은 뒤에 오는 감정들이나 행동에 쉽게 가려지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 없이도 지우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벗겨내 버리기도 하는데, 최은영 작가는 그런 감정들이 인간의 중요한 한 단면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단면을 조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로 하여금 그것이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도 적절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히 시선이나 서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구성으로서의 성취가 탁월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쇼코의 미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