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음모론적 사유와 논변이 창궐하는 이유(소외, 통제력 상실)
특정 사안에 대해서 통제력이 상실되었을 때, 당사자는 유형화된 지각(pattern perception)을 찾는다. 미신, 마술적 사유, 귀인이론까지.
- 마술적 사유: 의식을 통해 특별한 일을 일으키거나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파푸아 뉴기니 인근 트로브리안느 섬의 주민들은 카누를 만들 때 마술적 사유를 행한다. 원주민들은 항해에 적용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들의 운명이 예측할 수 없는 조류, 장마기간의 갑작스러운 강풍, 알려지지 않은 암초에 의해 결정되었기 떄문에 실제 위험한 순간에도 마술에 의존했다.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인데 베커는 카누를 만드는 어부와 마찬가지로 글 쓰는 것의 위험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회학자 역시 마술의 힘을 좇는다고 밝혔다. 두려움을 실제로 쫓아낼 수 있는지와는 관계없이 이 의식을 거치는 과정에서 통제력이 상실되면서 발생하는 혼란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간이 문제상황에 처해있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거나 모를 때, 아무것도 안하는 방식과 반대로 해결될 가능성을 몰라도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거기에 몰두하게되고, 그 순간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방식이다. 귀인이론도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실 같은 맥락이다.
인간이 악해서나 무지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인간 자체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통을 피하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자 반사적으로 취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신이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즉 이것은 하나의 진통제로써 역할한다.
* 베커의 말리노프스키 인용과 관련된 텍스트를 참고함
○ 귀인이론
- 정의: 원인을 어딘가에 배정함으로서 고통을 해소시키는 것. 귀인이론의 핵심은 내귀인과 외귀인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내귀인이 두드러진다. (사회적 맥락이나 구조가 무시된다)
귀인이론은 신정론과 다르게 사회적 배경을 배제시킨다.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개인의 성향에서 원인을 찾는다. 반면 신정론은 특정 성향의 사회적 기원을 추적한다.
- 귀인편향의 종류
1. 기본귀인오류(FAE: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행위자의 내적 특성에서 원인을 찾는다. 상황의 영향력을 간과한다. 인지적으로 바쁜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기초해 정보를 처리하는데 상대방이 어떤 행위를 했다고 알게 되는 순간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꺼내와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FAE를 작동시킨다.
FAE는 축약성, 효율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고 현대사회에서는 하나의 생존장치가 되어버렸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또한 FAE는 행위자 자신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내로남불)
* 고정관념
- 궁극적인 귀인오류(UAF,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칭)
- 상황적 요인들을 무시하고 성향적 요인만 중시한다는 점에서 음모론과 매우 긴밀히 연결된다.
2. 행위자 - 관찰자 편향
타인의 행위는 내귀인으로 처리하고 자신의 행위는 외귀인으로 처리한다.
(c.f -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다. - 신형철)
이러한 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관찰자의 입장에서 시각은 바깥을 향한다. 초점이 행위자에게 맞추어지고, 행위자가 처한 상황은 배경이 된다. 행위자가 배경을 압도한다.
정보의 차이도 발생한다. 행위자는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를 취했는지 잘 안다. 특히 자신이 어떤 사회적 압력을 받았는지 관찰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행위자는 목표달성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행위를 능력차원에서 해석하다 보면 능력과 도덕성을 동시에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관찰자는 행위자의 의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행위자를 도덕성 차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이스라엘군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는 것, 스탈린의 시대, 나치 시대, 북한 사회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두고도 닉슨과 공모자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외귀인했고, 언론은 부패한 정권의 권력욕 때문이라고 내귀인했다.
* 상담 편지 연구: 편지 작성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외적인 요인에서 설명, 상담자는 성향적 요인으로 내귀인
3. 자기본위 편향(self-serving bias)
성공은 내귀인, 실패는 외귀인한다. 집단에서는 내집단 중심주의로 나타나기 쉽다. 세대 문제에 비유해 보자면 젊은 세대는 어려움을 겪는 것을 외귀인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자존심을 유지하려고 혹은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혹은 정보의 차이(성공과 실패의 이유는 행위자가 가장 잘 알기 때문) 때문에 자기본위 편향에 빠진다.
자기본위 귀인의 한 변종이 방어적 귀인이며 이는 공평한 세계에 대한 믿음과 희생자 비난하기와 연결된다.
4. 방어적 귀인과 공평한 세계에 대한 믿음
(* just world, Melan Lemer의 단어를 한규석 교수가 번역한 것)
방어적 귀인이란 나에게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으로서 무작위로 발생 가능한 세상 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공평한 세계에 대한 믿음은 누군가 나쁜 일을 겪었다면 그 사람이 나빠서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좋은 일을 겪는다면 누군가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세상 일은 무작위로 발생하기 때문의 특정인의 선과 악은 어떤 사건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방어적 귀인은 때로 희생양 비난하기(Blaming the victiom)로 번질 수 있다. ( 저 사람이 잘 못해서 저런 일을 겪는 거야)
5. 희생자 비난하기(by. Elaine Walster)
사람들은 피해자와 자신의 거리를 두면서 피해자를 비난한다. 희생자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러한 생각은 공평한 사회에 대한 믿음의 논리적 귀결이다. 즉 방어적 귀인의 왜곡은 통제 환상과 연결된다. 비극적 사건들이 무작위로 벌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서워 사회적 세계에 심리적, 인지적, 감정적, 도덕적 질서(통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음모론 역시 공평한 세상에 대한 믿음과 긴밀히 연결된다. (나는 좋은 사람인데 비극적 사건에 휘말렸다. 세상이 이러면 안되는데 이것은 무언가 분명 잘못된 것이다.)
* 희생자 역할: 친숙하지 않으며(고정관념), 쉽게 식별이 가능하며(인종, 종교 등),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들을 겨냥하여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분노와 실망, '죄의식'(Groh의 공동체 예화)을 배설, 분출하는 것. 희생자 비난하기는 지배적 질서 보존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역사적 사례로는 마녀사냥이 있다.
* 투사(projection): 내가 바라는 모습 혹은 내가 느끼는 열등감을 타인에게 투사(혹은 귀인)시키는 것. 희생자 역할에서 희생자는 투여받은 사람이다. 가령 특정 커뮤니티의 여성혐오(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Archive > 강의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심리학5]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TMI, 시대적 정신질환, 이언 해킹) (2) | 2023.08.20 |
---|---|
[사회심리학4] 귀인이론에서 신정론으로 (막스 베버, 고통의 신정론, 행복의 신정론, 사회적 폐쇄) (0) | 2023.08.19 |
[사회심리학2] 90년대 이후의 사회과학 (0) | 2023.08.19 |
[사회심리학1] 사회심리학이란?(고통, 종교, ADHD, 신정론과 귀인이론) (1) | 2023.08.19 |
자기자신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라(김병수 서울아산병원 ) (1) | 2023.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