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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김연수 장편소설, 민생단 사건)

Varsika 2023. 9. 2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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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민생단이라는, 기존에 잘 몰랐던 소재에 대해서 알 수 있어 좋았고 김연수의 아름다운 문장이 반가웠다. 올해 읽은 책 중 <눈부신 안부>와 함께 투탑으로 꼽힐 것 같다.

 

 

○ 민생단 사건과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1930년대 초반 동만주의 항일유격 근거지에서 벌어진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한홍구 박사의 해제에 따르면, 일제의 자료에서조차 토벌에 의해 희생된 숫자보다 혁명조직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서 죽인 숫자가 더 많았다고 한다. 민생단 사건은 후에 김일성을 비롯한 이북 지도부가 된 항일유격대 출신들의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 1930년대 초반 일국일당 원칙이 시행됨에 따라 만주 지역의 조선인 공상주의자들은 대거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 중국공산당 만주성위의 당원 중 90%가 조선인으로 채워질 정도였다. 이 가운데 절대 다수는 동만주(간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중국공산당은 초기 조선 공상당원들이 조선혁명과 중국혁명 모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장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 될수록 중국혁명을 위한 역량이 분산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 일본이 만주를 침략했을 때,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일본의 만주침략을 사실상 방치하였고, 만주 지역의 항일무장투쟁은 중국공산당이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었다. 1928년 발표된 코멘테른의 1국 1당원칙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1930년 10월 동만특위(동만주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아래 옌지(연길), 허룽(화룡), 왕칭(왕청), 훈춘(훈춘) 4개 현 위원회를 두고 있었는데 동만특위의 90% 이상이 조선인 당원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간부 역시 대부분 조선인이었다. 

 

※ 코민테른 : 공산주의 인터네셔널(Communist International)의 약자로, 세계 각국 공산당 및 공산주의 단체의 연합체이자 지도조직이다. 1919년 3월, 레닌이 창당하였으며 1943년 스탈린이 해체했다. 스탈린이 권력을 잡기 전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단체였다. 

 

 

▲ <지도> 중국공산당의 만주조직과 유격대 창건 상황(1931-35)(신주백, 『만주지역 한인의 민족운동사(1920-1945)』, 아세아문화사, 1999, 335쪽) 출처 : 통일뉴스(http://www.tongilnews.com)

 

민생단은 1932년 2월 간도에서 결성된 친일 조선 이주민 단체이다. 중국공산당 동만특위 소속 연길현 항일 유격대는 일본군 헌병을 사살하고 통역관을 생포하였는데, 통역관으로부터 연길의 인쇄소에서 일하고 있는 송노두(송영감)가 친일단체 민생단과 관련있다는 자백을 받는다. 중국공산당 동만특위는 송만두를 잡아 조사한 끝에 20여명의 조선인 간부가 민생단에 연루되어있다는 자백을 얻게 된다. 이후 1932년 11월부터 1936년 2월까지 '반민생단 투장'이 시작되고, 중국공산당 내에서 조선인 숙청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 처음 옌지현에서 시작되었던 반민생단 투쟁은 1933년 5월 동만특위 전체로 확산되었다. 

 

1983년 중국공산당 연변주위 조직부 조사에 따르면 497명이 체포되어 367명이 처형당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약 1천여명이 체포되었고 500명 이상이 살해된 것으로 여겨진다. 1933년 9월, 허룽을 제외한 동만특위 3개 현의 공산당원 수가 1,299명에서 1935년 12월 181명으로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 반민생단 투쟁 사건이 후 간도의 항일 운동이 크게 위축되었고 항일 연합전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936년에는 만주 지역에서 가장 세력이 강했던 간도 항일유격구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되었고 그해 2월, 중국공산당은 반민생단 투쟁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고 간부들을 신임하라 전하면서 반민생단 투쟁이 종료된다. 

 

* 1931년 9월 만주사변 발발

* 1931년 11월 민생단 발기 총회

※ 민생단 : 간도 조선인의 자립, 자결을 명분으로 한인 사회의 분열을 획책하고자 만든 친일 단체

* 1932년 2월 민생단 공식 출범

* 1932년 3월 만주국 성립 

* 1932년 7월 민생단 해체 

* 1932년 10월 송노두 사건 발생

* 1932년 11월 반민생단 투쟁 시작 

* 1933년 7월 반경유 피살사건

※ 중국공산당에서 파견한 순시원 반경유(조선인)이 춘훈 유격대 정치위원 박두남을 비판하고 제명하자, 박두남이 반경유를 살해하고 이듬해 봄 일본 헌병대에 투항한 사건. 이 사건은 중국인 지도자들에게 조선인 당원들이 민생단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폭증시켜 반민생단 투쟁의 격화시키는 비극적 결과를 초래함.

* 1936년 2월 반민생단 투쟁 종료 

 

○  <밤이 노래한다> 줄거리 / 한홍구 교수의 해제를 참고함

만철 직원으로 대련에서 일하다가 용정으로 파견된 김해연은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인 나카지마 다쓰키 중위와 친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박길룡으로부터 이정희라는 여성을 소개받게 되고, 김해연, 나카지마, 이정희는 종종 술자리를 가진다. 

 

공산주의자였던 이정희는 정보를 수집하여 조직에 보내다가 발각되어 자살하고 김해연은 일본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이정희으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아편에 중독되고 방황하다 결국 이정희가 목을 맨 나무에 자신도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용정의 한 사진관에서 일하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 사진관 역시 공산혁명조직과 연결된 곳이다. 그곳에서 만난 여옥과 사랑에 빠지고 둘은 경성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경성행을 앞두고 이들은 유정촌으로 가다 토벌대의 습격을 받는다. 여옥은 오른쪽 다리를 잃고 다른 일행들은 모두 학살당한다. 김해연은 이번에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김해연은 살아남아 유격대와 함꼐 생활하며 혁명의 격랑에 휩쓸린다. (후략)

 

- 등장인물

1) 김해연: 만철에서 근무하는 측량기사로 대련에서 근무하다 용정으로 파견가게 된다.

2) 나카지마 다쓰기: 만주에서 복무 중인 경호중대 중대장

3) 나시무라 히데하치: 만철 조사부에서 근무한다. 천황을 부정하는 공산당원이 되었다. 

 

 

○ 책 속에서

 

- (니시무라와 나카지마)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혼을 증명하기 위해 변경으로 나섰다. 국가와 민족보다는 인간의 조건에 더 매료된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보기에 그 혼을 증명하면 증명할 수록 국가의 이익에 부합했다. 그게 바로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특징이었다.

 

- "네 말을 백번 존중해서 네가 운명적으로 이정희를 사랑했다고 치자. (중략) 이런 사실 앞에서 네가 말하는 그 운명적인 사랑이란 얼마나 순진한 변명이란 말이냐? 이런 세상에서 도대체 그런게 있기는 있단 말이냐?" (73p)

 

- 여옥이는 아픔 때문에 기절한 게 아니라 이제 다시는 연락원으로도, 소선대원으로도 일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 떄문에, 그리하여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 떄문에 기절했다고 말했다. 여옥이에게 다리는 모든 것이었다. 

 

- 밤의 군대에게는 살아남은 존재가 시체보다 더 성가신 존재였을 테니까. 살아남은 존재는 질문을 만들어내니까. 

 

- 이 세계가 톨스토이와 마르크스의 세계로 나누어진다면 톨스토이의 곁에 설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었던 간에 상황이 아주 나빠지면 손이 하얗다는 이유로 죽어야만 한다는 것. 그 사실을 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토벌대의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하얀 손 때문에 그 청년을 죽이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없었다. (194p)

 

- 유격구는 더없이 평화롭고 서로 의지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잔인한 곳이기도 하다. 유격구에서는 망믕르 쉽게 주지 않는 편이 좋다, 왜냐하면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망므을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일이지만, 마음을 준 그 인간이 소멸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격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육친보다더한 사랑을 퍼붓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곧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떄문에 본능적으로 그들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곧 그 사람이 죽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곳,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에는 미친듯이 남은 정을 쏟아붓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유격구다. (203p)

 

- 사람을 죽이면 진실을 알게 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고자 할 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법이오. (249p)

 

- 청년들은 낡은 좋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쁜 것에서 희망을 찾아낸다. (252p)

 

- 나라를 빼앗기고 남의 땅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꿈꿀 수밖에 없다. 주인만이, 자기 삶의 주인만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꿈꾸지 않는다. (259p)

 

- 박도만은 혁명의 순결성이 능욕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82p)

 

- 죽음이 지척에 있는 곳에서 청춘은 거추장스럽기만 했다. 죽음이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인 곳에서는 누구나 임종을 앞둔 노인일 뿐이다. 총성이 그치지 않는 만주에서 우리는 누구나 노인일 뿐이다. (306p)

 

- 조선인 소비에트의 붕괴는 토벌대도, 특위도 모두 원했던 바였지만, 정작 그 일을 해낸 것은 그들이 아니라 조선인들이었다. 

 

 

아, 그대 어두운 자들이여.
그대 밤과 같은 자들이여. 밤이 왔다. 
이제 비로소 사랑하는 자들의 모든 노래가 깨어난다.

나의 영혼 또한 사랑하는 자의 노래다.

_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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