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자기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 어떤책)

Varsika 2023. 12. 3. 12:11
728x90
반응형

○ 감상

타인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인터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정식 인터뷰는 과연 어떻게 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겨 구매했던 책이다. 호기심도 충분히 해소되었고, 인터뷰어인 김지수님의 문장도 좋아 술술 마시듯이 읽었다. 기회가 온다면 김지수님처럼 인터뷰해보고 싶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김지수님이 만난 삶의 현자들처럼 살고 싶다.

 

○ 책 속에서

 

1. 배우 윤여정

-. 만날수록 심사가 복잡해지고 모순적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만날 떄마다 귀가 시원해지고 머리가 산뜻해지는 사람도 있다. 윤여정은 후자다. 

 

2.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 덕이란 가능한 다투지않고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이되는행동을 하는 겁니다.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작은 상황도 분쟁으로 만들고 빈번하게 소송으로 해결하려 듭니다. 

 

-. 봉사와 헌신을 해도 운이 잘 트이지 않는 사람은 교만 떄문에 실패한 것이다. 은연중에 타인의 죄책감을 부추기면 고생해도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을 잊으면 봉사도 헛것이다. 

 

-. 유능한 사람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조직의 운을 바꿔준다. 

 

3. 디자이너 노라노

-. 지난날을 현재의 정신 연령으로 윤색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기술한 이 영원한 현역의 맑고 투명한 정신력이다. (노라노에 대한 박완서의 글)

 

-.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도 나는 5초 만에 기립이야. (...) 나는 결정하면 바로 실행했어요. 계속할 수 있게끔 환경을 정비해 가면서요.

 

-. 건달 앞에 꼭 백수라는 수식이 붙잖아요. 백수건달. 건달하려면 돈에 연연하면 안 돼요. 건달처럼 살려면 돈에 관심이없고 살면서 자기 비위를 잘 맞춰야 해요. (...) 남이 내 비위 안 맞춰 줘요 내가 먼저 내 비위를 맞추고 나면, 남의 비위도 즐겁게 맞출 수 있어요. 그게 건달 정신이죠.

 

-. 성실이 쌓이면 자연스레 혁신으로 가게 되는 거죠.

 

-.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거예요.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생각지도 못한 어딘가에 서 구원의 손길이 오고, 그 누군가에 의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 항상 10%퍼센트는 남겨 둬야 해(100% 에너지를 쓰는 것은 위험하다)

 

4. 동물학자 최재천

 

5. 요리블로거 정성기(치매 어머니와 산 9년)

 

6. 배우 이순재

-. 나이 들수록 싱싱해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남도 나도 깎아내리지 않는 자기 존엄의 정통성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순재에 대한 김지수의 글)

 

7. 정치학자 강상중

-. (책을 간결하게 쓰는 이유) 일본이나 한국이나 긴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책은 바빠서 못 읽습니다. 짧은 시간에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할 수 있도록 쓰기 전에 많이 읽습니다. 일본이라면 신칸센, 한국이라면 KTX 열차 안에서 다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요. 

 

-. '나다움'보다 '나'에 집착하면 강박이 생긴다. '나'라는 우상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으니 괴롭다. (...) 나를 덜 의식해야 다른 사람과 섞여 살 수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회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 접점을 만들어 보려는게 더 나은 자세다. 

 

-.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다움'을 찾지 않고 직업의 안정성에 의존한 채 계급사회의 계단을 올라가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거예요. (...)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고 사십시오. 그래야 후회가 없어요. 머시지 않아사회관계자본이 돈과 상품경제보다 중요한 시기가 올 거예요. 

 

-. 나다움을 알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부족함을 알고 자족하는 것. 

 

8.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소리는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아요. 심장에 박힌 소리는 죽을 때까지 못 잊어요. 

 

9. 디자이너 하라켄야(무인양품)

-. "이것으로 충분하다"에는 약간의 포기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더 갈 수도 있지만 그 정도에서 선을 긋는 것이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에피쿠로스 부분이 생각났다.

 

-. (질문) 한국의 건축가 최욱이 일본의 사무라이 미학은 정교하고 장인적이지만, 한국의 선비 미학은 관념적이고 직관적이라고 했습니다. 동의하나요?

(답변) 맞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무라이는 칼 대신 아름다움으로 세계와 대결하는 면이 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만든 미적 클라이맥스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아름다움은 철학적이고 좀 더 열려 있습니다. 미완성이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되기도 하죠. 

 

-. 재일한국인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 역시 '나다움을 알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을 '부족함을 알고 자족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라 켄야가 도달하고자 하는 디자인 세상도 그와 비슷하다. 잘 우려낸 찻물처럼 개운하고, 잘 말린 이불처럼 산뜻한. 사물의 사룸다움, 인간의 인간다움이 고요한 평원에서 만나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합의할 떄의 그 어른다운 선명함이란!(김지수의 글)
* 이 부분에서 이 책이 단순히 인터뷰집이 아니라 철학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10. 재독화가 노은님

-. "예술은 문이 열리는 순간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 같다"

 

-. "행복이 뭔가요? 배탈 났는데 화장실에 들어가면 행복하고 못 들어가면 불행해요. 막상 나오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죠. 행복은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 "나는 우연의 산물이고 내가 없어도 자연은 순환한다. 뭔가 찾을 필요도 없다. 잃어버린 것이 없으니까."

 

-. 세계적인 화가로 화폭 위를 노는 거장 노은님보다 '사는게 벌받는 것 같았다'던 젊은 날의 노은님에게 몸과 맘을 겹쳐보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리라. 그러나 안심하시라. 벌 받아 뻣뻣해진 그 두 팔로 만세를 부를 날도 온다. (김지수의 글)

 

11. 건축가 하형록

-. "내가 죽은 뒤에도 그 사람(하형록)을 통해서 살고 싶습니다(I want to live through him). 그러니 내가 죽은 후에도 그가 성공하도록 꼭 도와주세요." (고객이었던 로저 크로지어 부사장의 유언)

 

-. 번민이 올 때 그런 지혜로운 결정은 어떻게 내립니까?

기도를 해요. 대부분 오래 걸리지 않아요. 더 희생하는 쪽을 선택하면 됩니다. 당장은 손해지만 1천 불을 잃어도 5천 불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경험으로 알죠.

 

12. 유홍준

-.  "한국인들은 이런 건물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한다. 심플하고 스트롱하지만 미니멀리즘은 아니다." - 프랭크 게리

* 미니멀리즘은 감정의 배제인데, 종묘는 그렇지 않기 때문. 

 

-. 유주학선 무주학불. 술이 있으면 신선을 배우고 술이 없으면 부처를 배운다. 

 

-. "원고지 60매에서 80매면 단편소설이야. 내가 답사기 쓸 때 한 꼭지를 100매 기준으로 써요. 단편소설 분량이지. 딱딱 계산해서 쓴다고. 그게 한 사람이 소파에 누워서 읽을 수 있는 최대치야."

 

"<국보순례>는 원고지 5매라 그림과 글이 딱 떨어져. 내 친구들이 이건 화장실에 두고 보기에 좋다고들 하더라고. <국보순례>가 반응이 좋아서 세트로 <명작순례>를 이어서 썼어요. 이건 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25매로 썼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소파에서, <국보순례>는 화장실에서, <명작순례>는 침실에서. 독서의 공간과 시간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이라니, 그 '장악의 욕망'이 무서울 정도였다. 

 

13. 시인 이성복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은 마르케스의 눈이고 김수영의 눈이고 릴케의 눈이에요. 딴 데서 온 사람들이지. 늘 딴 데 가 있는 사람이고. 자기가 온 내면의 고향이 있는 거라. 여기 붙들려서 거기 추억을 갖고 살지. 오직 바깥을 보는 사람, 그걸 실성했다고 해요. 그런데 시를 쓰려면 실성을 해야 하거든. 

 

-. 이상이나 서정주, 황지우 같은 시인은 천재야. 김수영은 천재라는 말이 성립이 안 돼. 김수영의 천재성은 시대정신이에요. 정신과 문학을 일치시켜려고 했던 본격적인 사람이야. 내가 내 인생의 작가를 선택할 때, 그건 배우자를 고르듯 내 인생 전체를 거는 거예요. 김수영은 믿을 만한 사람이었어요. 추악한 이야기도 그 사람 입에 들어가면 고귀해졌거든. 신랄한 구석도 있었지. 그런데 타자를 공격할 땐 자기가 먼저 홀딱 벗고 제물로 나왔어요. 무시무시하게 공격했지. 

 

-. 시 쓰는 게 별게 아니라 타인을 위해 신발을 바깥쪽으로 돌려놓는 행위예요.

 

-. 삶은 한낮의 악몽이에요. 죽을 떄까지 꿈에서 진짬을 흘리며 사는게 인생이지요. 나는 삶이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꿈을 못벗어나는, 그 상태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요. 

 

-. "지금 네가 고민하는 것 외에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다 잘 되고 있다."

 

14. 송승환

 

15. 철학자 김형석

-. 매일 밤 기나긴 일기를 써요 문장이 잘 연결되게 하기 위해서요. 재작년, 작년의 일기장을 꺼내 2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읽어 보고, 그 시간을 연결 지어서 오늘의 일기를 쓰는 식이에요. 문장력이 약해지면 안 되니까 계속 훈련을 해요. 

 

16. 노인의학자 마크 윌리엄스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만났던 보부아르의 노년에 대한 생각을 비추어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도 보부아르를 언급해 반가웠다. 책과 책이,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