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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짧은 분량이지만 몇 번이나 감탄했다. 소설이라기엔 문체가 너무 아름답고, 시라고 하기에는 소설만의 전개되는 맛이 너무나 여실히 살아 움직인다.
○ 책 속에서
- 무진에는 명산물이 없는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잇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오는 여귀가 내뿜은 입김같았다.
-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좋지도 않더군요. 책임, 책임 뿐입니다."
"그렇지만 여긴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인걸요."
- 이슬비가 바람에 뿌옇게 날리고 있었다. 비를 따라서 풍경이 흔들렸다.
-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버렸다.
-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찾아가서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것입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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