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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 에세이)

Varsika 2024. 1.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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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에세이는 사유다"라는 말에 정확히 들어맞는 책이다. 개인의 서사와 사유가 만나 글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에세이를 쓸 때 참고하고 싶다.

 

언젠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글을 잘 쓸 수 있겠다 싶었다. 21년에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내 속에 글로 쓸만한 것들이 많이 쌓였다고 느꼈다. 

 

 

○ 책 속에서 

 

- 오기를 부려서라도 나보다 뛰어난 타인의 장점을 깍아내리려는 심리가 있다. 자기만의 토대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소한 부분까지 타인과 비교하고,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려고 버둥거린다.

 

- 인생에서 '기호'를 갖는다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타인의 평판을 신경 쓰는 사람은 자신의 기호가 아닌 주어진 기호대로 따라가는 사람이다. 기호가 없는 사람처럼 위험한 존재는 없다. 그들에겐 타인의 조종에 의해 흥분하게 될 소지가 있따. 

 

-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퇴로'를 미리 계싼해두지 않는 것이야 말로 잘못이다.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는 존재로 기억되겠지만, 나는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길에서 처음 만난 아기 엄마를 도와 함께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약간의 도움'이지만, 상대방에겐 뜻하지 않은 행운이다. 나는 행운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되는 것이다.

 

- 인간에겐 운명이 강제로 부과된다. 우리가 바꿀 수 없으므로 운명이다. 

 

- 불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불행도 재산이므로 버리지 않고 단단히 간직해둔다면 언젠가 반드시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 세상은 모순투성이다. 그리고 이 모순은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을 준다. 모순 없이 만사가 계산대로 척척진행되었더라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처치 곤란한 장애물이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설국 사람들은 겨울의 혹독함 없이 봄은 여물지 않는다는 순리를 알고 있다. 도쿄의 겨울은 따뜻하기 때문에 그만큼 봄이 되어도 향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 매력적인 사람의 특징은 그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를 받아들이고 수용했다는 너그러움이다. 그들은 현실로부터 도망치지도, 몸을 숨기지도 않는다. 

 

- 식물은 이것저것 뒤죽박죽 심어놓아도 자기 자신을 잃는 법이 없다. 그걸 보면서 나는 시굼ㄹ보다 인간이 훨씬 비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람들은 남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소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사정도 알지 못한다는 게 진실이다.

 

- 인간관계의 보편적인 형태는 서로 간에 뜻이 맞지 않고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오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관계가 틀어진다.

 

- 믿음은 필연적으로 의심이라는 조작을 거쳐야 한다. 의심도 해보지 않고 믿었다는 건 엄밀히 말해 행위로서의 성립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일탈이며 그런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 친구는 자녀가 아니다. 부모도 아니다. 남편도 아니다. 형제자매도 아니다. 연인도 아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친구로부터 의견과 감상을 요구받기 전까지 그들의 살메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친구라는 입장에서 그의 성공과 건강을 남몰래 기도하는 것으로 족하다.

 

- 사람의 위치를 차별하는 관념에 순응해버리면 '높다'는 개념에 반대되는 '낮다'의 관념에도 굴복하게 된다. 나보다 높은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였듯이 나보다 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된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 서로의 신상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금물이다. 신상을 털어놓는 그 순간부터 특별한 관계가 되었다는 착각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가장 큰 체력소모는 결점을 감추는 데 소비된다. 타인에게 나의 결점을 감추느라 거짓말을 하게 되고, 나중에 이것이 탄로나 서로 곤혹스러워진다.

 

- 염려와 공포는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함으로써 생겨난다.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발견한 사실들 가운데 가장 멋진 발견이었다고 자부한다.

 

- 절망하고 원망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나서서 나의 상황을 개선해주리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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