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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프로TV] 아프가니스탄 사태, 원인부터 전망까지(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박현도 교수)

Varsika 2021. 8. 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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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사태, 원인부터 전망까지(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박현도 교수)

* 본문 하단에 요약 있음

Q. 중동 문제는 우리가 왜 알아야 하는가?

A. 그보다도 최근 사태에 관심이 많다는 것 자체가 의외였다. 언론에서는 비행기에서 추락한 난민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대선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보도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솔레이만(前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에 의해 폭사했을 때 이후로 가장 큰 관심인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행보가 유가, 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점도 있다.


Q. 탈레반은 어떤 조직인가?

A. 탈레반의 뜻은 '신학생'이라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슬람을 배우는 사람을 뜻한다. 현지에서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신학교로 간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율법을 가르치는 학교(마드라사, madrasah, مدرسة)의 경우 숙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운영의 주체는 주로 개인이다. 사학이라고 볼 수 있다. 훗날의 종교 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Q. 학생 집단인 탈레반이 어떻게 무장단체가 되었나?

A. 미국의 영향이 컸다. 1979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친소 정권이 흔들리자 곧바로 침공한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의 경험을 거울삼아 대소 항전전사들을 기르기 시작한다. 아프간 내부는 소련이 주둔해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에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무기와 자금을 제공한다. 이때 무자헤딘(무장 게릴라)이 결성된다. 오사마 빈 라덴도 이때 양성된 전사 중 한 명이었다. 1988년에는 아프간 내 무자헤딘 세력을 중심으로 알카에다가 결성된다. 2012년 힐러리 클린턴도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가 탈레반에게 돈을 댔고 우리가 그들을 만들었고 우리가 지금 그들과 싸우고 있다."

 

* 역자주 : 무자헤딘과 탈레반 모두 소련 - 아프간 전쟁시기에 형성된 세력이며 미국은 전쟁 동안 이 둘을 지원해왔다. (미국,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음)

 

1989년 소련은 철수한다. 미국은 많은 무기를 아프간에 남기고 손을 뗀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992~1996년 동안 내전이 발생한다. 내전 시기 군벌들이 각 지역마다 할거하여 통행세를 걷거나 각종 행패를 부리는 것을 막고자 칸다하르(아프가니스탄에서 2번째로 큰 도시)에서 최초로 자경단을 조직했는데 이것이 탈레반의 시작이다. (초기의 목적은 치안유지와 국가재건)

당시 교역로가 필요했던 파키스탄은 카불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안이 유지되던 칸다하르를 교역로로 활용하고자 탈레반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파키스탄 내에 파슈툰이 많이 산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 미국의 반소세력 지원 → 무자헤딘(반군 게릴라를 지칭) 결성 → 아프간-소련 전쟁 종결 → 아프간 내전 → 탈레반 자경단 결성

 

아프가니스탄에는 14개 종족이 있다. 총인구의 42%를 차지하는 파슈툰족이 탈레반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도 4천만 명이나 살고 있어 사실상 탈레반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총인구는 3,800만 명이며 이중 파슈툰은 1,500만 ~ 1,6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역자주 : 아프간이라는 말 자체가 페르시아어로 파슈툰인을 지칭하는 '아프간(afghan)'에서 나온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페르시아어로 '파슈툰인의 땅을 뜻한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민족구성(출처 : 내셔널 지오그래픽 RESOURCE LIBRARY)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슈툰족은 아프가니스탄 보다 파키스탄에 더 많이 살고 있다. 이는 1893년에 파슈툰족 거주지를 가로질러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듀런드 라인)을 그은 영국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이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족 분열통치를 위해 고의적으로 영국이 고의적으로 이러한 국경선을 그었다.

이후 1996년 ~ 2001년까지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된다. 그러다 9.11 이후 알카에다를 숨겨준 혐의로 미국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 실제로 탈레반은 같은 조직은 아님에도 알카에다에 훈련기지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는 파슈툰의 관습법에 따른 것이다. 파슈툰은 한번 친구로 맺은 관계는 끝까지 지킨다는 신념이 있는데, 이는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뿌리 깊게 전해지던 것이다. 이에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카에다가 파슈툰 동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의리'처럼 알카에다를 지원한 것이다.

또 파슈툰 관습법은 여성들을 악의 화신으로 본다. (남자들을 유혹하는 존재) 따라서 탈레반은 이러한 파슈툰 관습과 이슬람의 교리가 교묘하게 배합되어 나온 별종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코란에서는 여성의 상속분을 남성 상속분의 1/2로 규정한다. 이는 코란이 만들어지던 7세기 당시 기존에 없던 여성들의 상속권을 인정해준 일종의 개혁이었다. 그러나 탈레반은 코란의 이 문구를 확대 해석하여 "여성의 가치는 남성의 1/2"이라는 식의 해석을 내놓고 여성을 탄압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남성에 비해 지적 능력이 절반밖에 안 되는 여성은 남성을 재판하는 판사가 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다.

이러한 예는 또 있는데 코란에서는 무고를 막기 위해 간통을 고발할 때는 4명의 증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탈레반은 이 구절을 악용하여 강간 피해자에게 피해입증을 위해 4명의 증인을 요구하고, 입증하지 못할 경우 단순 간통(여성의 귀책)으로 처리해버리기도 한다.


Q. 그렇다면 이번 미군의 철수는 탈레반에 패한 것인가?

A. 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미군의 철수는 정해진 것이었다. 다만 미군 철수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놓았더라면 좀 더 깔끔했을 것이다. 가령 탈레반이 집권할 경우 탄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간인들을 충분히 대피시킬 수 있었다.


Q. 지금과 같이 피난행렬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탈레반은 집권한 후에 미군을 위해 일했던 자들 통역가, 기술자들, NGO 활동가들을 모두 잡아서 죽일 것이다. 탈레반의 발표에 따르면 스스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성관은 현재에도 바뀌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점령지에서 어린 소녀들을 강제 결혼시키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여성은 성적 대상, 인구 생산의 도구일 뿐이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시상황과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의 문제다.


Q.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이 가졌던 목표는 무엇이었나?

A.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테러 기지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결국 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탈레반은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남아있었다. 이들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자유롭게 넘나 든다. 국경만 2천 km에 월경 포인트는 2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통제할 수가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탈레반이 추격을 당하면 바로 파키스탄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새로운 탈레반 병력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투입된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국토는 프랑스 국토와 면적이 비슷하며 이중 75% 산악지대이다. (국토의 50%가 해발 2,000미터 이상)

 

 

8월 16일자 영국 BBC 보도자료, 탈레반이 국토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Q. 미군 철수 일주일 만에 탈레반이 전국을 장악했다고 하는데?

A. 7월 8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미군이 키운 30만 아프간 병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나중에 실상을 알고 보니 이 30만 명은 서류상의 숫자였고, 미국의 지원을 많이 받기 위한 수작이었다. 결국 미국의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탈레반으로 흘러들어 갔고, 정작 봉급을 받아야 할 아프간 군인이나 하급관료들은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탈레반은 공작을 통해 이들을 투항시켰다. 사령관급부터 일선 병사까지 모두 탈레반에게 연쇄적으로 투항했다. 그렇게 탈레반은 손쉽게 아프간 전국을 손에 넣은 것이다. 현지 기자들은 이렇게 평했다. "미국은 정복에는 능하지만 민심을 얻는 데는 서투르다."


Q. 한반도처럼 명확한 반탈레반 전선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A. 14개 민족이 있으니 하나로 통합된 힘을 가지지 못했다. 민족마다 언어도 다르다.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기 어렵다.


Q.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 향후 주변국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A.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모이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테러에 대한 위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이점이 염려가 되어 탈레반과 테러행위 금지에 대한 협약을 맺고 철수했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 내에는 어디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있다. 파키스탄 역시 그동안은 미국과 협력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잘 활용해왔는데 이제는 혼자서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파키스탄 내에도 탈레반이 있다. 이들이 아프간의 탈레반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인도는 현재 카슈미르 지역을 실질 지배하고 있는데 이곳은 전통적으로 이슬람 지역이었다. 만약 탈레반이 카슈미르 지역 내의 이슬람 세력과 손을 잡게 된다면 인도도 골치 아파질 것이다.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와칸 회랑. 러시아 제국과 영국 제국 사이의 완충지대로 만들어졌다.


중국은 신장 위구르 지역과 아프가니스탄이 와칸 회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영국과 러시아가 The Great Game 당시에 상호 간의 완충지대로 설정해놓은 것인데 이 길을 통해 탈레반이 중국 내 이슬람 세력을 자극할 수도 있다. 중국도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닿은 국가는 총 6개이며, 중앙아시아의 터줏대감인 러시아와 파키스탄 옆 인도까지 포함시키면 주변국은 총 8개국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미국이 철수할 때 주변국들을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에 참여시키려 하였으나 거부당했다. 큰 이권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크 밀리 美 합참의장은 약 2500명 정도의 병력을 배치하고 평화협정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본 후에 완전 철수하자고 주장하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전원 철수를 명령했다.


Q. 미국의 향후 탈레반 대응책은 어떤 것이 있나?

A. 전격적인 대응 전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레반의 폭정이 심해진다면 여론 때문이라도 향후에 어떤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있다. 또 현재 아프간 내에서 항전 중인 반군 세력을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지원하여 내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Q. 향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 위협이 제고되나?

A. 그렇다. 탈레반 점령지에 알카에다, ISIS 병력이 잔존해있다. 그뿐만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전 세계 최대의 양귀비 자생지다. 전 세계 마약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탈레반도 마약사업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난 것이다.

테러, 마약, 여성인권. 이 3가지가 주요 이슈라고 볼 수 있다.


Q. 금융제재도 진행되고 있나?

A. 미국은 탈레반의 달러 사용을 막아버렸고, 아프간 대통령도 내부의 자금을 챙겨서 탈출했다. 탈레반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경제제재가 정권을 무너트린 사례는 없었다. 민중들은 힘들지만 정권은 언제나 잘 버텨왔다.


Q. 과거 탈레반 정권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나?

A. 20년 전 탈레반 정권이 들어섰을 때, 정권을 인정해준 나라는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3개국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사관을 폐쇄하지 않고 우호적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아마 아프가니스탄에 경제적으로 접근하여 점진적으로 중국에 의존케 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은 리튬과 석유를 풍부하게 갖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접경 지대에만 페르시아만 매장량의 1/3에 해당하는 풍부한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는 러시아다. 중국의 행보가 러시아의 이권을 건드릴 경우 러시아는 참지 않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텃밭이다. 또 아프가니스탄에는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석유, 가스, 전력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손쉽게 아프가니스탄을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 협력은 가능할 것이나 러시아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건드리거나 중앙아시아의 이권을 건드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는 러시아군이 없지만 타지키스탄에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Q. 탈레반의 현지 탄압이 이미 시작되었는지?

A. 미군에 협력한 사람을 가가호호 조사하여 체포하고 있으며, 떠나는 사람은 모두 떠나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체크포인트를 만들어 외국인만 통과시키고 있다.


Q. 탈레반의 행동을 민족주의적 행동으로 볼 수도 있는지?

A. 아프가니스탄 전체에서 파슈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 아프간을 위한 민족주의적 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비파슈툰의 입장에서 보면 압제자일 뿐이다. 거기다 같은 이슬람교인 시아파에 대해서 엄청난 학살을 했고 타지크족의 경우 같은 수니파임에도 불구하고 학살을 저질렀다. 탈레반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슬람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비인간적으로 대한다. 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저항했던 아프간 세력도 파슈툰이 아닌 민족인 경우가 많다. (도망간 아프간 대통령은 파슈툰임)

 

 

<요약>

1. 현재 탈레반을 구성하는 주요 민족은 '파슈툰'으로 아프간 3800만 국민 중 약 40%를 차지함.

 

2. 이들은 파키스탄에 4천만 명이 살고 있으며 파키스탄 파슈툰이 월경하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병력으로 지속 공급됨.

 

3. 탈레반은 본래 '신학생'이란 뜻으로 소련-아프간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치안을 통제하고자 만들어진 자경단에서 시작됨.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에는 반소 세력이었기에 미국은 이들을 지원하였음.

(소련 - 아프간 전쟁 : 1979~1989년, 아프가니스탄 내전 1989~1996년, 탈레반 정권 1996~2001년)

 

4. 9.11 이후 알카에다를 숨겨준 혐의로 인하여 미군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킴. 알카에다와 탈레반은 동일 조직은 아니나 파슈툰 민족의 관습법에 따라 협력관계였음.(오래된 친구를 저버리지 않는다.)

 

5. 미국은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약 2천조 원에서 3천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였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역량 부족, 만연한 부패 등의 사유로 아프간 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탈레반에 투항함. 미군 철수 일주일만에 수도 카불이 점령됨. 

 

6. 탈레반은 겉으로는 민중을 탄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으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과거에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간 점령 이후 미군에 협력했던 자들, 탈레반 정권에 반대하는 자들, 탈레반의 이슬람 원리주의를 따르지 않는 자들을 모두 숙청할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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