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전은 2022년 1분기 관람한 전시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아마 2022년을 통틀어도 가장 기억에 남을 전시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 이유로는 첫째, 살바도르 달리의 유명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시기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전시관이 꽉 찰만큼 많은 작품을 보여주어 규모면에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세 번째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전시장 내부가 조용히 관리되었다. 네 번째로는 작품설명이 친절했다. 텍스트가 커서 설명을 읽는데 불편함이 없었고(작품 옆에 아이패드가 있어 세부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 역시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상세했다. 영상자료도 많아 작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영상으로 설명을 더한 부분에서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설치해 두어서 관람객들이 한 곳에서 편하게 여러 설명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전혀 산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동 동선에 병목현상을 줄이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장치였다. 또 대부분의 영상설명이 길지 않아 분량면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내부의 공간을 잘 꾸며두었는데 단순히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넘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만종>을 전시한 부분에서는 좌우에 둥근 칸막이가 쳐져 있어 마치 별도의 공간에 들어가 작품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런 공간적 설정이 경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전시 끝 부분에 달리의 꿈을 시각화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영상 고안을 좀 더 크게 확보하여 앉아서 관람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서 스크린을 올려다보는 자세가 좀 꿈에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달리는 캔버스라는 배경을 초월하여 활동한 예술가라는 느낌을 받는다.
관람을 마치고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기념품 샵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기념품 샵에서는 재즈가 울려퍼진다. 기념품 샵의 음악조차 전시의 한 구성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조화롭다. 끝까지 완벽하다. 살바도르 달리전은 내용이 알차다 못해 꾹꾹 눌러 담은 느낌이라, 실제로는 한 시간 반 남짓 관람하였는데 체감적으로는 두 시간 넘게 관람한 듯한 기분이 든다.
<좋았던 점과 배우게 된 것들>
- 작품: 붕괴된 다리와 꿈
- 음악: 바그너 - 트리스탄과 이졸데
https://www.youtube.com/watch?v=5NvUyCdKAxM
- 미술관: 피게레스 달리 미슬관(바르셀로나 교외)
- (오토마티슴에서 더 나아간) 편집광적 비판방법: 달리 작품의 특징 중 하나(참고논문)
- 어린 시절 달리가 여러 예술가들의 점수를 매긴 메모가 있는데 이것을 한글로 옮겨 적은 것이 있었다. 당시 달리의 나이와 비슷한 어린이 글씨체로 적어두었는데 관객에 대한 배려가 남달라 보였다.
- (달리의 꿈 영상) 단면이 아니라 사방과 바닥까지 감싸는 방식이 경이로웠다.
○ 달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도 달리에게 반할 수 있을 정도로 친절했던 전시
○ 내부 인테리어까지 초현실주의적이었다.
○ 텍스트가 크고 조명이 밝았다. 어두운 부분도 일부 있으나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리를 잘한 느낌이었다.
○ 그동안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달리의 판화, 삽화 작품도 많아 좋았다.
○ 스태프가 꾸준히 전시장 내부를 돌아서 관람 환경도 쾌적하다.
○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이 들어 내부 통로가 좁았으면에도 크게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 디즈니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데스티노' 역시 너무 좋았다. 작품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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