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부/주식

백화점 산업으로 보는 유통업의 미래 3

Varsika 2020. 12. 20.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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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커머스가 완전한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이커머스도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바로 충성도가 낮다는 점이다. 100원이라도 저렴한 곳이 나타나면 바로 구매처를 옮긴다. 결제 시스템이 조금만 복잡하거나 적립되는 포인트가 조금만 차이가 나도 마찬가지다. 전환비용도 저렴하고 전환방법도 쉽다. 이 때문에 쿠팡이나 네이버, 지마켓 등은 프리미엄 회원제를 출시하여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물류와 배송을 갖춘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기존에 유통업을 운영하던 업체라면 몰라도 온라인에서만 사업을 진행하던 업체에겐 낯설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쇼루밍과 역쇼루밍도 활발하다. 명품과 같은 고관여 제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같은 저관여 품목에도 활발히 크로스오버 쇼퍼, 옴니 쇼퍼가 나타난다. 백화점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커머스의 장점은 기존의 백화점(혹은 전통적 유통업)이 가지고 있던 단점과 잘 맞닿아 있다. 그래서 백화점은 이커머스를 외면할 수도, 무찔러 없애버릴 수도 없다.

  


  #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이커머스와 백화점의 전략적 제휴는 마치 적과의 동침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숙명이다. 백화점 업체들이 이커머스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네이버, 쿠팡, 아마존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재 시장을 잠식할 것이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명품과 같이 백화점의 핵심상품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략을 세울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2016년 발표에 따르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제품을 구매하는 크로스오버 쇼퍼가 전체 고객의 약 6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오버 쇼퍼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검색해보고 오프라인에서 구매를 하거나,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고객을 뜻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이커머스와 백화점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계를 허무는 작업은 기존의 백화점 업계보다는 오히려 이커머스 업체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이 아마존 북스, 아마존 무인매장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이커머스가 가진 기존의 쇼핑 용이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나아가 고객에게 오프라인의 경험까지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와는 다른 역할이 필요할 뿐이다. 반대로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을 활용해 재기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에 비해 식품 온라인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월마트는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기존에 있던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클릭 앤 콜렉트' 서비스를 출시 아마존에게 빼앗겼던 점유율을 탈환했다. 주문과 계산의 간편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도 적절히 활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백화점 업계는 월마트와 같은 할인마트와는 조금 다르다. 재화가 고가에 형성된 경우가 많고, 소비자들이 필요보다는 기호에 따라 구매하는 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 업체들은 실제 구매단계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마찰(friction)을 최소화하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의류 제품이 어울리는지 쉽게 빠르게 알 수 있도록 AR기술을 도입하거나, 다양한 제품을 보다 쉽게 알리는 온라인 키오스크, 온라인 스튜디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미츠코시 이세탄은 자체 앱을 통해 매장에서의 대면판매와 흡사한 수준의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매절차를 단축시키기 위해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소비자 마찰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반의 과정을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이라고 하는 데 이커머스(혹은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은 고객여정을 보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 백화점 업계는 앱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제품과 공간을 홍보하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제품을 보여주며, 결제 과정도 이전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삶 속에 디지털이 들어온 이상, 삶의 목적과 가치를 제공해야 할 백화점이 디지털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백화점이 여전히 강력한 플레이어로 남을지, 혹은 디지털화된 수많은 유통업계의 한 부분으로 흡수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완주하지 못한 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 그 길의 한 가운데에 있으며 이미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미래


  그렇다면 제조업체, 브랜드들은 어떻게 여기에 대응해야 할까. 결국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여전히 전시가 되어있어야 소비자들과 교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만 강조하다간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는 소비자들에게는 인지될 기회조차 박탈당할 것이며 궁극엔 온라인 쇼핑 리스트에서 제외되고 말 것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채널, 더 나아가 새로운 시장, 더 나아가 새로운 관점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기존의 관점, 기존의 시장과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시대의 관점과 시장을 하나의 줄기로 잘 엮어낼 수 있는 브랜드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가 하나 더 늘었다. 시어머니들 사이에 탄력적으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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