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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들 92

기차와 생맥주(최민석, 북스톤)

코로나 시기에 책을 많이 샀다. 나름 칩거하며 독서를 많이 하자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너무 많이 산 탓에 책장이 필요해 없는 살림에 쪼개어 책장도 샀다. 3년이 지난 오늘 돌아보면 읽은 책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 반성하며 2023년 신년 목표로는 책을 사지 않는 것으로 했다. 정 사고 싶다면 한 달에 한 권만 사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깨버린 첫 책이 바로 였다.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안 샀으면 큰일 날뻔했다. ​ 책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여행 에세이는 이미 익숙한 맛이라 너무 즐겁게 삼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최민석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던 에세이도 게재되어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작가의 목소리도 몇 번 들어본 터라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목소리..

최소한의 이웃(허지웅, 김영사)

코로나 시기에 우연찮게 허지웅의 글이 자주 눈에 보였다. 언론에 보도된 것도 일부 있었겠지만 내가 본 것들은 주로 그가 SNS에 쓴 글이었다. 그다지 긴 분량은 아니었으나 읽으면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종종 그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다. ​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허지웅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글에서 이미 밝힌 바대로) 이미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라 고민했다. 며칠 뒤 그의 글을 결국은 읽고 싶다는 마음에 도달해 구매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글의 밀도가 낮은 느낌이었다.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몇 번 다시 펴보았지만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산문의 주된 주제가 위로, 희망, 부조리한 것들에 대한 비평인 탓에 비슷..

연필로 쓰기(김훈, 문학동네)

글을 정말 잘쓴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단 끝에 한 문장으로 던지고 싶은 말을 모두 껴안는 방식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생경한 단어도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배경이 되는 장소도 다양해 지도로 찾아보며 읽었다. 마치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2월에 완독한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 작가는 책에 담긴 글 중 일부는 몇 해전 써두었던 글을 다시 고쳐 쓴 것이라고 했다. 꾸준히 써두면 나의 글도 추후에 쓰임을 얻을 수 있을까. 더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 연필이 대장장이의 망치를 닮기를 원한다. ​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아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서 나는 멍청해졌다. ​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은 낄낄대고 고스톱 치면서 죽음을 뭉갠다. 죽..

10년 후 한국(공병호, 해냄출판사)

1. 한국의 현재: 무엇이 문제인가? ○ 제대로 된 시대정신이 없다. 한국인이 게을러 보이는 것은 재산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체제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누군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지거나 심지어 사치품인 놋쇠그릇을 샀다는 것만 알려지면 근처의 탐욕스러운 관리나 그의 앞잡이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양반으로부터 대부를 갚도록 독촉당하는 식이다. 생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모든 한국사람들은 가난이 최고의 방어막일 뿐, 최소한의 음식과 옷 외에 자신이 소유한 것은 탐욕스럽고 부정한 관리들에게 빼앗길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베리아의 한국 남자들에겐 고국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풀죽은 모습이 없다. (중략) 그들에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만달린이나 양반의 착취는 없..

에디터: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잡스 에디션, 레퍼런스 바이 비)

분량은 많지 않지만 아주 유익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 작년 여름, 생일을 맞아 여행을 떠났고 그 지역의 독립서점을 찾았다. 마감 직전에 들린 두 번째 독립서점의 첫 번째 매대에서 운명처럼(?) 이 책을 발견했다. 이전부터 다른 서점에서 몇 번 지나쳤던 책이라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사버렸다. ​ 그 여행을 떠날 때쯤 꾸준히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실제로 쓰지는 않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어보곤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사는 것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 책을 사고도 한참이 지나 읽어보았는데 선택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반가운, 그리고 필요한 책이었다. ​ - ​ ▲ 퇴사자의 가게라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미노와 고스케, 21세기북스)

​ 2023년 6번째 완독. ​ 일본의 천재 편집자라고 불리는 미노와 고스케가 쓴 책으로 일에 대한 그의 태도와 편집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팁과 격려, 응원이 가득 담겨있다. 처음에 읽으면서는 다소 뻔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뻔한 말을 너무 재미있게 한다.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현장감이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는 인덱스로 표시해둔 곳이 수두룩한 것을 보고 놀라게 되었다. 정말 시종일관 재미있다. ​ 이 책에 있는 내용 중 내가 책을 읽기 전 몰랐던 지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이미 들어본 것들,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그리고 일부는 직접 시행해본 것들이다. 책의 주제나 내용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미노와 고스케 보다 더 재미있게 전달해보..

먼나라 이웃나라 중동편(이원복, 김영사)

불현듯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고 싶다는 생각에 도서관을 찾았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어린이 도서 코너에 있어 조금은 머쓱했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았다. 취준생 시기 공공도서관 이용증을 만들었으니 5년 만에 다시 꺼내 사용한 셈이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생각하지만 좀 더 자주 찾고 싶다. ​ 한 권의 책에 방대한 내용을 담다 보니 설명이 부족한 점도, 실제 사실과 조금 다르게 서술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역사책을 볼 때마다 오류를 찾으면 묘한 쾌감이 든다) 중동 역사를 공부한 지 시간이 좀 지난 탓에 복습하는 마음으로 꺼내 읽은 책인데 무료한 일상에 적당한 탄력을 준 것 같다. 다만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다음번엔 중동에 대해 좀 더 상세하고 단단하게 쓰인 글로 된 책을 읽고 싶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제임스 클리어, 비즈니스북스)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고 출퇴근 시간과 대기 시간을 활용하여 ebook으로 읽었다. 내용도, 책을 읽으며 쓴 시간도 만족스러웠다. 2023년 4월에 두 번째로 완독한 책이었다. ​* 2023년 4월 처음 읽다. * 2023년 8월 다시 읽고 내용을 덧붙이다. - ​ 우리는 모두 인생에서 불행을 겪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생은 대개 습관으로 결정되곤 한다. 모두 똑같은 습관을 갖고 있다면 누구라도 똑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잠재력 잠복기 / 좋은 습관을 세우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 이는 진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 잠복기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물은 0도에서 언다.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고 쌓이고 있다. 내가 얻어낸 결과들은 목표와는 거의 관계가 없고 사실 ..

신경끄기의 기술(마크맨슨)

1. '신경 끄기'란 무엇인가? - 신경 끄기는 무심함이 아니다. 무심함은 냉소 뒤에 숨은 두려움일 뿐이다. 두려움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 신경 끄기란 아무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목표에 따른 역경]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 단언컨대 좋은 삶이란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신경 쓰는 삶이다. > 선택지가 적을수록 더 행복하다. 인간은 몰입할 때 자유를 느낀다. (지금 나에게 있는 것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되면 아무 이유없이 더 좋은 것을 찾아 구천을 떠돌지 않는다.) ▷ "몰입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 몰입을 할 때면 천국이 옆에 있다해도 들어갈 생각이 없다" (황농문, 의 저자) >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황금이 묻혀있는 곳은..

타이탄의 도구들

실패는 오래가지 않는다. 젊을 때는 해고 사유였던 일로, 늙어서는 평생 공로상을 받을 수도 있다. -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 매우 유능하고 이성적인 인물들을 만나면 첫 번째 질문을 통해 곧장 가슴으로 가야 한다. 다른 질문들은 모두 훌륭한 대비책을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 칼(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예정시간 2분 30초를 넘겨 30분간의 인터뷰를 이끌어냄) '키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라. 상대가 예상치 못한 주제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당신은 오프라 윈프리와 키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다. - 마이크 버비글리아 집중력을 키우는 데 유용한 도구 - 무조건 몇 줄이든 글을 써나가라. 머릿속에 꼬인 실타래를 하얀 종이나 모니터 위에 천천히 떨어트리다보면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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