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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들 92

여로(이묵돌)

여행 중 만난 독립서점에서 샀다. 나는 서점 사장님께 에세이를 추천해 달라고 했고, 그는 자신이 이묵돌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말을 던짐과 거의 동시에 다시 거두어들이면서 "그런데 좀 싫어하실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책 디자인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두 글자의 간결한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출판사까지 김영사라니. 호불호가 갈린다면 또라이 같은 작가라는 말인데 김영사가 그런 책을 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 첫 장을 넘기니 작가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5분 정도 고민하고 책을 샀다. 그리고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읽고 나면 나도 글을 쓰고 싶어지는 책이다. 여로는 아주 오랫만에 만난 그..

쇼코의 미소(최은영)

○ 줄거리 [쇼코의 미소] 쇼코는 고등학교 시절,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집에 잠시 머물렀던 일본 사람이다. 나는 할아버지, 엄마와 함꼐살고 있으며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고 했다. 쇼코의 고모는 실질적인 가장이지만 외박이 잦아 쇼코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쇼코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마치 여자친구처럼 대하고, 자신은 그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쇼코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도쿄로 떠나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쇼코는 나에게 끔찍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나의 할아버지에게는 즐거운 내용의 편지만 보냈다. 나는 그 두가지가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쇼코의 편지는 끊기게 되고 나는 서울의 한 사립대로 진학한다. ..

<눈부신 안부> (백수린)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가장 좋은 책은 백수린의 였다. 이미 여름의 빌라를 읽은 후에 접한 책이기에 문장의 수려함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앞에서 복선처럼 제시된 단서들이 결말에 이르러 차분히 수렴하는 이야기의 결에 감탄했다. 장편소설이라서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결의 매력이 분명히 이 책에 있다. 독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취재를 어떻게 한 것인지 방대한 사료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를 다 읽은 뒤, 코멘터리북에서 이야기를 다 쓴 뒤에야 배경이 되는 도시를 찾아갔다고 했는데 그 부분도 인상 깊었다. 꼭 현지를 취재하고 나서야 소설의 배경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다 쓴 후에 배경이 되는 도시를 찾은 작가의..

<여름의 빌라>(백수린)

작중 화자의 독백을 통하여 독자도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화자의 독백이 너무도 섬세하고 자세했다. 그 정도가 단순히 기억력이나 취재력에서 비롯된 것을 넘어선 것 같아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진공포장 해두었다가 이야기를 쓰면서 다시 꺼내어 옮기기만 한 것 같았다. (같은 책을 읽은 지인은 그때의 감정을 쓸어 담아둔 것 같다고도 표현했다.) 작가의 감정표현에 이리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것이 단순히 정확하다거나 유려해서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나이때에 느꼈을 법한 감정의 온도(쑥스러움, 부끄러움, 억울함, 설렘)도 함께 옮겨지고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문장들이 너무 좋아 아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온도뿐만 아니라 장소의 온도도 잘 활용하는데 실제로 계절과 날씨에 대한 묘사가 많..

러시아의 호칭문화와 킹차 갓무직

https://youtu.be/KI1nNMgnDx0?t=336 일리야 : 러시아에서는 상대방의 이름 대신에 직책을 부르는 것이 모욕이라고 느낀다. 상대방의 인간성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부르는 것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직책이 아니라 이름이나 애칭을 부르며 부르는 표현에 따라 그 둘이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있다. 소설에서 화자에 대한 설명이 없어도 호칭만으로 애인인지 친구인지 부모인지 모르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한 사람에 대한 호칭이 다양한 것은 그 호칭이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동양에서는 이름을 직접적으로 부르는 것을 오랫동안 꺼려왔다. 제왕들의 피휘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자나 호로 서로를 불렀던 역사가 깊다. 반면 서양에선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자리 잡혀있고 이 점은 익히 ..

FINNEAS - Let's Fall in Love for the Night

https://www.youtube.com/watch?v=VaKzNtwPQxE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교대역 태국 음식점에서 이 노래를 3년 만에 다시 들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 가사의 한 구절에 잽싸게 귀에 담았다. 묘한 여름 초저녁의 들뜬 분위기가 풍기는 것 같다. 이런 노래를 들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동진 -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영화란 없다.

https://youtu.be/B3jrbCeDECI?t=584 이동진 / 영화를 보면서 큰 영향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작은 영향을 받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은 모두 극적인 것을 원한다. 그러나 '20대에 해야 할 3가지'와 같은 표현으로 알려진 것들을 하지 않아도 인생이 잘못되지 않는다. 꼭 봐야 할 10편의 영화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10편이 아니라 수많은 영화를 보고 싶다. 영화 한 편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다면 그것은 지옥 같은 삶일 것이다. - 이동진은 참 말투가 부드러우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본인의 생각과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상대방이 받아들였다고 느껴지면 바로 그 지점에 제동을 건다.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영상 내용과 관련해 덧붙이자면 나 역시 그의 의견..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요카타 > 젊은 근희의 행진 > 버섯농장 > 모무목의 모험 > 자개장의 용도 > 제 꿈 꾸세요 > 연필 샌드위치 순으로 좋았다. - 나중에 요카타 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의 나이를 고려하니 시대와 무관할 수 없더라 + 지명이 나오는 땅냄새 나는 이야기) 김멜라 - 이별에 아파하는 것은 일종의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별하는 대상이 무엇이었든 진심을 다했던 과거 자신에 대한 심심한 위로라고 설명하고 싶다. (네이버 블로거 용꾸꾸)

강원국의 글쓰기(강원국, 메디치, 글 잘 쓰는 법, 작문, 합평, 글쓰기)

※ 개인적으로 참고할 부분 1)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라. 반드시. * 개인을 넘어 타인과 소통하고 공동체로 나아가라. 2)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3) 수정한 단어의 이력을 추적하라. (김연수 작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4) 어떻게 쓸 것인지가 아니라 왜 쓰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라. 5) 쓰지 말고 고쳐라. ※ 목차 1. 마음 -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2. 준비 - 창의성 / 관찰 / 글감 / 질문 / 재미 / 생각 / 공감 / 모방 3. 기본기 - 목차(구성) / 문체 / 어휘 / 문장력 / 표현력 / 문법 / 몰입 / 기억과 상상 4. 실제 글쓰기 - 처음과 끝 / 생생하게 써라 / 일단 써라 / 말해보고 써라 / 스토리텔링 / 쓰지 말고 고쳐라 5. 여건 - 독자 / 글동무 / 시간과 장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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