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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78

쇼코의 미소(최은영)

○ 줄거리 [쇼코의 미소] 쇼코는 고등학교 시절,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집에 잠시 머물렀던 일본 사람이다. 나는 할아버지, 엄마와 함꼐살고 있으며 쇼코는 일본에서 고모,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고 했다. 쇼코의 고모는 실질적인 가장이지만 외박이 잦아 쇼코가 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쇼코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마치 여자친구처럼 대하고, 자신은 그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래서 쇼코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도쿄로 떠나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 쇼코는 나에게 끔찍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나의 할아버지에게는 즐거운 내용의 편지만 보냈다. 나는 그 두가지가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쇼코의 편지는 끊기게 되고 나는 서울의 한 사립대로 진학한다. ..

<눈부신 안부> (백수린)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두 번째로 좋았다. 가장 좋은 책은 백수린의 였다. 이미 여름의 빌라를 읽은 후에 접한 책이기에 문장의 수려함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앞에서 복선처럼 제시된 단서들이 결말에 이르러 차분히 수렴하는 이야기의 결에 감탄했다. 장편소설이라서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결의 매력이 분명히 이 책에 있다. 독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취재를 어떻게 한 것인지 방대한 사료를 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를 다 읽은 뒤, 코멘터리북에서 이야기를 다 쓴 뒤에야 배경이 되는 도시를 찾아갔다고 했는데 그 부분도 인상 깊었다. 꼭 현지를 취재하고 나서야 소설의 배경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다 쓴 후에 배경이 되는 도시를 찾은 작가의..

<여름의 빌라>(백수린)

작중 화자의 독백을 통하여 독자도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화자의 독백이 너무도 섬세하고 자세했다. 그 정도가 단순히 기억력이나 취재력에서 비롯된 것을 넘어선 것 같아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진공포장 해두었다가 이야기를 쓰면서 다시 꺼내어 옮기기만 한 것 같았다. (같은 책을 읽은 지인은 그때의 감정을 쓸어 담아둔 것 같다고도 표현했다.) 작가의 감정표현에 이리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것이 단순히 정확하다거나 유려해서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나이때에 느꼈을 법한 감정의 온도(쑥스러움, 부끄러움, 억울함, 설렘)도 함께 옮겨지고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문장들이 너무 좋아 아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의 온도뿐만 아니라 장소의 온도도 잘 활용하는데 실제로 계절과 날씨에 대한 묘사가 많..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요카타 > 젊은 근희의 행진 > 버섯농장 > 모무목의 모험 > 자개장의 용도 > 제 꿈 꾸세요 > 연필 샌드위치 순으로 좋았다. - 나중에 요카타 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의 나이를 고려하니 시대와 무관할 수 없더라 + 지명이 나오는 땅냄새 나는 이야기) 김멜라 - 이별에 아파하는 것은 일종의 위로라고 생각한다. 이별하는 대상이 무엇이었든 진심을 다했던 과거 자신에 대한 심심한 위로라고 설명하고 싶다. (네이버 블로거 용꾸꾸)

강원국의 글쓰기(강원국, 메디치, 글 잘 쓰는 법, 작문, 합평, 글쓰기)

※ 개인적으로 참고할 부분 1)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라. 반드시. * 개인을 넘어 타인과 소통하고 공동체로 나아가라. 2)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라. 3) 수정한 단어의 이력을 추적하라. (김연수 작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4) 어떻게 쓸 것인지가 아니라 왜 쓰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라. 5) 쓰지 말고 고쳐라. ※ 목차 1. 마음 - 누구나 시작은 막막하다. 2. 준비 - 창의성 / 관찰 / 글감 / 질문 / 재미 / 생각 / 공감 / 모방 3. 기본기 - 목차(구성) / 문체 / 어휘 / 문장력 / 표현력 / 문법 / 몰입 / 기억과 상상 4. 실제 글쓰기 - 처음과 끝 / 생생하게 써라 / 일단 써라 / 말해보고 써라 / 스토리텔링 / 쓰지 말고 고쳐라 5. 여건 - 독자 / 글동무 / 시간과 장소 -..

기차와 생맥주(최민석, 북스톤)

코로나 시기에 책을 많이 샀다. 나름 칩거하며 독서를 많이 하자는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너무 많이 산 탓에 책장이 필요해 없는 살림에 쪼개어 책장도 샀다. 3년이 지난 오늘 돌아보면 읽은 책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 반성하며 2023년 신년 목표로는 책을 사지 않는 것으로 했다. 정 사고 싶다면 한 달에 한 권만 사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깨버린 첫 책이 바로 였다. 그리고 정말 후회 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안 샀으면 큰일 날뻔했다. ​ 책의 2/3 정도를 차지하는 여행 에세이는 이미 익숙한 맛이라 너무 즐겁게 삼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최민석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던 에세이도 게재되어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작가의 목소리도 몇 번 들어본 터라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목소리..

최소한의 이웃(허지웅, 김영사)

코로나 시기에 우연찮게 허지웅의 글이 자주 눈에 보였다. 언론에 보도된 것도 일부 있었겠지만 내가 본 것들은 주로 그가 SNS에 쓴 글이었다. 그다지 긴 분량은 아니었으나 읽으면 마음에 남는 것이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종종 그의 글을 찾아보기도 했다. ​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더 지나 허지웅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글에서 이미 밝힌 바대로) 이미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산더미라 고민했다. 며칠 뒤 그의 글을 결국은 읽고 싶다는 마음에 도달해 구매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글의 밀도가 낮은 느낌이었다. 짧은 산문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그러겠거니 생각하고 몇 번 다시 펴보았지만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산문의 주된 주제가 위로, 희망, 부조리한 것들에 대한 비평인 탓에 비슷..

연필로 쓰기(김훈, 문학동네)

글을 정말 잘쓴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문단 끝에 한 문장으로 던지고 싶은 말을 모두 껴안는 방식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생경한 단어도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배경이 되는 장소도 다양해 지도로 찾아보며 읽었다. 마치 여행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2월에 완독한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 작가는 책에 담긴 글 중 일부는 몇 해전 써두었던 글을 다시 고쳐 쓴 것이라고 했다. 꾸준히 써두면 나의 글도 추후에 쓰임을 얻을 수 있을까. 더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 연필이 대장장이의 망치를 닮기를 원한다. ​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아와 세계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져서 나는 멍청해졌다. ​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은 낄낄대고 고스톱 치면서 죽음을 뭉갠다. 죽..

10년 후 한국(공병호, 해냄출판사)

1. 한국의 현재: 무엇이 문제인가? ○ 제대로 된 시대정신이 없다. 한국인이 게을러 보이는 것은 재산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체제 아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누군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지거나 심지어 사치품인 놋쇠그릇을 샀다는 것만 알려지면 근처의 탐욕스러운 관리나 그의 앞잡이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양반으로부터 대부를 갚도록 독촉당하는 식이다. 생업에서 생기는 이익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모든 한국사람들은 가난이 최고의 방어막일 뿐, 최소한의 음식과 옷 외에 자신이 소유한 것은 탐욕스럽고 부정한 관리들에게 빼앗길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시베리아의 한국 남자들에겐 고국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풀죽은 모습이 없다. (중략) 그들에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만달린이나 양반의 착취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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