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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야기들/독서 78

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에세이)

○ 책 속에서 - 나는웅크린 자세로 견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나는 들키지 않고 외로울 수 있었다. 그것은 또한 걷느 ㄴ것과 비슷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 - 나이가 드는 건 놀랄 일이 줄어들고 별것 아닌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더 이상 너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다. 잘 살고 있겠지 뭐. - 남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 어느 것이 더 견딜만한가. -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요. 관심 있는 척할 뿐이죠. 우리ㅗ가 어딨어요. 위로라는 단어가 있을 뿐이죠. 자기 상처는 스스로 꿰매며 살아가는 거랍니다. 그게 어른의 세계죠. 그래서 좋아하는 노래 한 곡쯤, 아프고 외로울 때 들을 노래 한 곡 정도는 가슴속에 여..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요조 산문, 마음산책)

○ 나의 감상 - 책장을 넘기면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이 책을 사게된 이유였다. - 제목을 참 잘 짓는다. 에세이 한 편을 다 읽고나면 글의 제목을 다시 찾아보게 된다. - 작가의 주변 인물들 중에서 박서보와 같이 평소 궁금해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어 신기하고 반가웠다. - 글의 호흡이 나에게 적합하고, 수사적 표현도 과하지 않지만 희미하지 않아 좋았다. 나중에 글을 쓸 때 옆에 두고 참고하고 싶다. - 책 말미에 에필로그가 있었으면 했다. 그런데 없어서 몹시 아쉬웠고, 책 머리에 작가가 썼던 글을 다시 한번 읽었다. - 연말에 읽은 거의 마지막 책이었는데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책이었다. 나도 글을 ..

서울중독(용진)

○ 감상 서울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나 역시 서울에 살기 직전의 일들, 서울에 살면서 겪은 일들을 글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글을 쓸 때가 된다면 참고할 만한 책이다. 도입부는 재미있었으나 마지막 글은 다소 묽은 느낌이었다. (특히 마지막 두 문단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나중에 글을 쓸 때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겠다. ○ 책 속에서 - 중심에 오면 중심이 될 줄 알았다. (...) 중심에 오니 중심이 흔들렸다. - 마음에 드는 곳은 비쌌고, 마음에 들지 않은 곳도 비쌌다. -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매 순간 나쁜 것이 아니듯.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니, 어쩌면 복잡한 기억이 쌓이는 게 당연하다. - 서울엔 없는 게 없..

하얼빈(김훈, 문학동네)

○ 시대적 배경과 사실- 하얼빈은 당시 중국의 영토였으나 러시아가 하얼빈을 지나는 남만주철도의 부설권을 갖고 있었기에 러시아가 경찰권을 행사하던 지역이었다.  -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했던 권총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 없다.(일본 측에서 폐기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별다른 기록이 없다.) - 한국 천주교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교리에 어긋나는 살인으로 보고 의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해방 이후에도 그런 평가는 이어졌다. 1993년 김수환 추기경이 처음으로 공식 추모미사를 집전하면서 가톨릭계에서의 복권이 이루어진다. “의거는 일제의 무력 침략 앞에 독립전쟁을 수행하는 행위였으므로 정당방위이며 의거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김수환 추기경)” -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여전히 찾지 못한 상태다.    ○ 감상-. 문체..

새서울 백지계획(상- 하) / 손정목의 서울 도시계획이야기 中

○ 책 속에서 - "김현옥 이전에도 김현옥없고 김현옥 뒤에도 김연옥은 없다." 그는 1966년부터 70년대까지 재임 4년(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퇴임) 동안 실로 엄청난 일을 저지른 인물이었다. 내가 여기서 '저질렀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엄청난 것을 이룩했고 파괴했고 조성했으며 동시에 해서는 안 될 일도 했다'는 뜻이다. 숱한 지하도를 팠고 140개가 넘는 보도육교를 놓았으며 청계고가도로도 만들었다. 남산에 두 개의 터널을 뚫었고 불광동길, 미아리길도 그가 넓혔다. 한강개발, 여의도개발, 강남개발도 처음 한 것은 그였다. 400동의 시민아파트도 지었고 광주대단지도 그가 만들었으며 봉천동, 신림동, 상계동 등지의 거대한 불량지구 마을도 그가 만들었다. 한 마디로 그는 일에 미친사람이었따. - 김현옥 시..

20세기 서울, 20만에서 1,100만으로(손정목)

○ 책 속에서 - "봉건도시 중에서는 그 사회의 수도가 뛰어나게 당당하다. (...) 몇 개의 사회에서는, 예를 들면 옛날의 한국 같은 데서는 수도는 유일한 진정한 문화의 중심지였고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거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G. Sjoberg가 발간한 중) - 박지원은 그의 소설 에서 "조선은 배가 외국과 통하지 못하고 수레가 국내를 두루 다니지 못하므로 백물百物이 이 안에서 생기고 이 안에서 사라진다."고 지적하고 폐쇄적 체제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따. - 상해와 동경에서의 외국인 거유는 조계, 거류지라는 일정한 지역범위가 구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의 외국인 거주는 원칙적으로 원주민과의 잡거였다. 미영 공사관이 있는 정동에..

자기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 어떤책)

○ 감상 타인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인터뷰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정식 인터뷰는 과연 어떻게 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겨 구매했던 책이다. 호기심도 충분히 해소되었고, 인터뷰어인 김지수님의 문장도 좋아 술술 마시듯이 읽었다. 기회가 온다면 김지수님처럼 인터뷰해보고 싶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김지수님이 만난 삶의 현자들처럼 살고 싶다. ○ 책 속에서 1. 배우 윤여정 -. 만날수록 심사가 복잡해지고 모순적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만날 떄마다 귀가 시원해지고 머리가 산뜻해지는 사람도 있다. 윤여정은 후자다. 2.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 덕이란 가능한 다투지않고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이되는행동을 하는 겁니다.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작은 상황도 분쟁으로 만들고 빈번하게 소송으로 해결하려 듭..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

○ 감상 밀도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생각보다 텍스트가 많아서 읽는데 조금 버거웠다. 내가 생각했던 밀도보다는 짙었고, 밀도에 적응할만하면 (이제 조금 알겠다 싶으면) 이야기가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14명의 철학자를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구성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책에 담는 철학자의 수가 10명 이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철학과 여행이라는 컨셉에서 절대적으로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그다지 없었다. 소개된 여행 관련된 에피소드 역시 여행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여행지에서 겪은 일상과 대화에서 철학적 실마리를 찾는 사고흐름에 관한 것이었다. 몇몇 방문한 여행지에 대한 언급이 나오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지도가 없어서..

무진기행(김승옥)

○ 감상 짧은 분량이지만 몇 번이나 감탄했다. 소설이라기엔 문체가 너무 아름답고, 시라고 하기에는 소설만의 전개되는 맛이 너무나 여실히 살아 움직인다. ○ 책 속에서 - 무진에는 명산물이 없는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잇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오는 여귀가 내뿜은 입김같았다. - "그렇지만 내 경험으로는 서울에서의 생활이 반드시 좋지도 않더군요. 책임, 책임 뿐입니다." "그렇지만 여긴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인걸요." - 이슬비가 바람에 뿌옇게 날리고 있..

경계에 흐르다(최진석)

○ 책 속에서 -. 나는 경계에 있을 때만 오롯이 '나'다. 경계에 서지 않는 한, 한쪽의 수호자일 뿐이다. 정해진 틀을 지키는 문지기 개다. -. 한쪽을 붙잡은 채 거기에만 머물지 않고 경계에 흘러야 주체는 튀어 오르는 탄성을 가질 수 있다. 탄성은 경계의 자손이자 위대함을 격발 하는 방아쇠다. 대붕은 9만 리를 튀어 오르는 내내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 교육의 핵심이 무엇일까? (...) 밖에 있는 별을 찾아 밤잠을 자지 않고 노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바로 별이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주실 떄마다, 호명되는 학생은 그 순간에 고유한 자신의 이름 앞에서 이 세계에 유일한 존재로 등장하는 경험을 한다. 자기가 자기로 존재하는 경험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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